'이게 다 한국 덕분'…에르메스·몽클레르도 깜짝 놀랐다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입력 2026-08-08 16:00   수정 2026-08-08 16:40

'이게 다 한국 덕분'…에르메스·몽클레르도 깜짝 놀랐다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그룹 전체 사업 매출의 약 10%가 한국에서 나온다.” 패딩 점퍼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몽클레르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실적을 요약한 문장이다. 몽클레르그룹은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한국 시장을 별도로 언급했다. 루치아노 산텔 몽클레르그룹 최고기업·공급책임자는 “한국은 매장당 매출 밀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한국을 거론한 명품 브랜드는 몽클레르 뿐만이 아니다. 에르메스와 리치몬트 등 주요 명품사들이 실적 발표에서 한국의 판매 호조를 잇달아 언급했다. 중국의 소비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고 유럽 등 일부 시장의 성장세가 엇갈리는 가운데 한국만은 상대적으로 강한 명품 소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8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JP모건은 올해 명품업체들의 실적을 분석하며 “한국이 대부분 기업에서 특히 강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몽클레르의 실적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특히 뚜렷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몽클레르의 올 상반기 아시아 매출은 5억9290만유로로 고정환율 기준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다. 회사 측은 “모든 국가가 성장한 가운데서도 중국, 한국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내 다른 브랜드인 스톤아일랜드의 실적 발표 현장에서도 한국시장에서 올린 매출이 화제였다. 산텔 책임자는 스톤아일랜드의 아시아 사업을 설명하면서 일본과 한국이 “매우, 매우, 매우 강하다(very, very, very strong)”라고 강조했다. 이중에서도 한국이 실적 증가폭이 특히 컸던 것으로 소개됐다.

에르메스 역시 올해 들어 한국 시장의 호조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에르메스는 상반기 아시아 매출이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을 발표하면서도“한국은 견조한 모멘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성장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국의 판매 흐름은 상대적으로 강했던 셈이다.


까르띠에와 반클리프아펠 등을 주얼리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의 실적에서 한국 시장의 성장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리치몬트의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4~6월) 아시아·태평양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 21% 증가했다. 중국·홍콩·마카오 합산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가운데 회사는 다른 주요 아시아 시장 중에서는 특히 한국과 대만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리치몬트 전체 매출은 같은 기간 20% 증가했고 주얼리 메종 매출은 24% 늘었다.

한국은 이미 리치몬트에 상당한 규모의 시장이기도 하다. 리치몬트는 2026회계연도 연간 실적에서 한국 시장의 성장세가 특히 강했다며 한국 매출이 약 14억유로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글로벌 명품기업이 개별 국가인 한국의 매출 규모를 별도로 밝힐 정도로 시장의 중요도가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 명품시장의 성장 배경으로는 먼저 자산 효과가 거론된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 상승으로 자산가와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상반기 강한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wealth effect(자산 효과)’가 2분기 명품 소비 증가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의 소비가 전 계층에서 고르게 늘었다기보다는 고가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의 지출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K자형 소비’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 명품시장의 새로운 성장축이다. 롯데백화점·신세계·현대백화점의 올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합계 약 1조72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해외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0% 증가했다. 외국인 소비가 늘어난 데는 원화 가치와 관광객 증가가 동시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주요 외신들은 잇따라 원화 약세로 해외 방문객이 한국에서 고가 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상 이점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HSBC에 따르면 백화점은 한국 명품 판매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채널이며, 관광객은 백화점 매출의 약 7~8%를 차지하지만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약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중요성은 단순한 매출 규모에만 있지 않다. 보그 비즈니스는 한국을 “의미 있는 매출을 창출할 만큼 크면서도 브랜드가 전국적인 영향력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집중된 시장”이라는 현지 럭셔리 업계 관계자의 평가를 소개했다. 소비자들은 무작정 명품을 사기보다는 장기적 가치가 있거나 문화적으로 화제가 되는 상품에 소비를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 연예인과 K컬처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과 제품 전략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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