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문 예측하고 로봇이 상품 '척척'…신선식품 승부수 던진 롯데마트

입력 2026-08-09 11:00   수정 2026-08-09 11:10

AI가 주문 예측하고 로봇이 상품 '척척'…신선식품 승부수 던진 롯데마트



지난 7일 부산시 강서구 미음동 ‘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D레벨로 불리는 상품 자동 분류 구역에는 식료품 보관 바스켓을 운반하는 피킹 로봇과 집게형 로봇 팔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바둑판(하이브) 위로 초속 4m로 달리던 피킹 로봇 한 대가 멈춰 서더니 격자 아래 수직으로 쌓여 있는 상품 바스켓을 끌어 올렸다. 이후 고객 주문에 맞춰 필요한 상품을 로봇 팔이 찾아내는 식이다.

하루 최대 3만3000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이곳은 영남권에 배송 거점을 둔 롯데마트의 첫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 자동화 물류센터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수요 예측부터 보관, 포장,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루는 오카도의 기술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영국 리테일테크 업체인 오카도는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직접 제조한 물류 로봇과 AI 기반 시스템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이다.
물류 로봇에 AI까지 적용

오카도 기술이 적용된 이 센터의 특징 중 하나는 ‘신선식품 배송’이다. 2~3시간 단위의 당일 배송은 물론 주간 단위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원하는 시간대에 문 앞으로 가져다준다. 오카도의 AI 기반 스마트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고객 주문을 예측하기도 한다. 물류 로봇은 ‘곧 주문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 바스켓을 위로 옮겨놓는다.

피킹과 포장, 배송 전 과정에서 저온 상품의 상온 노출 차단한 100% 콜드체인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이날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근로자들이 패딩을 갖춰 입을 정도로 물류센터 내부는 영하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냉동·냉장·상온으로 나뉘어 있는 센터 내에선 피킹 로봇과 집게형 로봇 팔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축구장 6개 크기 규모인 이곳에선 전체 출고의 40%가량을 로봇 팔이 담당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 없는 물류센터’가 아니다. AI와 로봇에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을 맡기고, 로봇이 처리하기 어려운 영역은 사람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물류 효율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현재 냉장 구역 기준 약 120대인 물류 로봇을 주문량에 따라 최대 300대까지 늘릴 수 있도록 설계했고, 작업자가 들어가는 검수 공간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이 센터에선 최대 1000대의 물류 로봇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롯데마트 측 설명이다. 취급하는 상품 수도 최대 3만5000여 개에 달한다.

로봇이라고 실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범 운영 초기에 로봇 팔이 상품을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이동 과정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오류를 반복해 학습시키자 정확도가 점차 높아졌다는 게 롯데마트 측 설명이다. 현재 30여 명의 오카도 측 상주 인원이 센터 내 자동 물류 시스템을 관리·보수하고 있다.

배송에서도 오카도의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상품을 실은 배송기사는 매초마다 1400만 번 계산된 최적의 경로를 내비게이션으로 전달받아 배송지로 신속하게 이동한다.
수익성 확보에 초점
롯데마트는 약 2000억원을 들여 이 센터를 지었다. 대표적으로 쿠팡이 전국 물류망과 로켓배송으로 온라인 유통 시장을 키웠다면, 롯데마트는 오카도의 AI·로봇 기반 자동화 물류를 앞세워 신선식품 배송의 품질과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향후 6년 내로 하루 최대 주문 건수인 3만3000개의 주문을 받는 게 목표다. 건당 주문 금액을 8만원으로 가정하면 연간 매출이 963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런 자동화 센터에선 처리 물량이 늘수록 주문 한 건당 고정비 부담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년 열리는 롯데그룹 가치창조회의(VCM·옛 사장단회의)에서도 수익성 확보가 핵심 화두인 만큼 제타 스마트센터 역시 운영 효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부산을 첫 제타 스마트센터 입지로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수익성 계산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남권에는 약 400만 세대가 밀집해 있어 물류 효율이 높고, 롯데그룹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토대로 소비자 저변을 넓히겠다는 판단이다.

1호점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의 성과에 따라 경기 고양시에 짓고 있는 제타 스마트센터 2호점 운영 시점도 정해질 전망이다. 차우철 롯데마트·롯데슈퍼 대표는 “제타 스마트센터는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소싱 능력과 오카도의 AI 로봇 물류 기술이 결합한 차세대 온라인 물류센터”라며 “국내 온라인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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