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교육의 판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회를 잘 잡으면 바닷속 해저 지형이 히말라야처럼 솟아오를 수도 있습니다.”
최재원 부산대 총장은 대학을 둘러싼 변화의 흐름을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라고 표현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대학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산업질서와 기술 환경의 변화에 정책 전환까지 맞물리면서 기존 대학 서열을 뒤흔들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 총장은 “고등교육의 판이 재편되는 시기에 부산대는 서울대를 모방하기보다 혁신하는 ‘대학판 팔란티어’가 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개교 80주년을 맞은 부산대의 변화와 개교 100주년을 향한 비전을 듣기 위해 최근 부산 장전동 캠퍼스에서 최 총장을 만났다.
▷‘대학판 팔란티어’를 강조하셨습니다.
“록히드마틴이 기존 강자라면 팔란티어는 고유한 경쟁력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신흥 강자입니다. 서울대를 그대로 모방하거나 뒤따르기보다 부산대만의 방식으로 기존 강자를 뛰어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잘하는 분야를 고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향해 과감한 선택도 해야 합니다.”
▷지역 대학으로서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에는 대규모 제조업이 집적돼 있습니다. 특히 조선과 방산은 초대형 플랫폼 산업입니다. 대형 상선이나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는 수많은 기술과 전공이 결합돼 있습니다. 후방산업도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파급력이 큽니다. 지역이 축적해 온 이런 산업적 기초체력을 교육과 연구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어떻게 보십니까.
“부울경의 조선·방산·모빌리티·인공지능(AI) 등 성장엔진과 연계하고 교육·연구·산업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합니다. 이 사업을 한 대학의 수준을 서울대급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볼 것이냐, 지역 전체를 견인하는 국토 대전환의 선봉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사업의 방향과 성과가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부산대는 지역 전체를 견인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준비하고 있습니다.”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요.
“2027학년도 X-모빌리티융합학부 신설을 시작으로, 2028학년도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단과대학을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학생들에게는 등록금 전액 지원과 특별장학금, 기숙사 우선 배정, 정주 여건 개선 등 수도권 사립대와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부울경의 산업 기반과 연계한 부산대의 대표 교육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학부 최초의 계약학과도 신설합니다.
“LG전자와의 협약을 통해 운영되는 스마트가전공학과는 2027학년도부터 신입생 30명을 선발합니다. 학생들은 재학 중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과 동시에 LG전자에 취업하게 됩니다. 입학-교육-채용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형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를 대학이 직접 양성한 뒤 채용까지 연계하는 혁신적인 교육모델입니다.”
▷20년 뒤 부산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부산대만의 색깔과 차별화된 분야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대학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생태계를 주도해야 합니다. 바다와 해양산업, 조선·방위산업, 항만·물류처럼 부울경이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부산대 하면 이것’이 떠오르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100주년을 향한 목표입니다.”
부산=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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