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투자자와 가계·기업 등 경제 전반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발작 수준의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한국 국고채 금리 및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국내 거시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우선 글로벌 자본의 ‘머니 무브’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 안전 자산인 달러가 높은 수익률까지 제공하면 신흥국 자본시장에 머물던 글로벌 자본은 미국으로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금리 상승에 취약한 성장주 등에서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국내 증시의 하락기를 촉발한 핵심 변수는 언제나 금리 상승세였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투톱의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한국 증시는 미 국채 금리 발작에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태다.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가 한국 반도체 수요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오르면 빅테크의 자금 조달 비용도 함께 뛰기 때문이다.
미 빅테크는 최근 AI 주도권을 쥐기 위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JP모간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대 빅테크의 올해 설비투자는 75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4160억달러) 대비 82% 급증한 수치다. 자본 지출이 현금흐름을 압도하면서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 조달 의존도도 커지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기 금리가 오를수록 빅테크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히 치솟을 수 있다”며 “특히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5%를 넘어서면 오라클 등 재무상태가 취약한 빅테크의 반도체 구매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며 국내 주식 시장도 꺾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를 돌파한 2023년 10월 코스피지수는 한 달간 6% 급락했다.
다만 엔화는 국제 유가 급등과 일본 정부의 확장 재정 우려로 다시 돌아섰다. 이달 초 155엔대까지 떨어진 엔·달러 환율은 11일 159엔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2.4원 내린 1416.0원을 기록했지만 시장은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이다.
국고채 금리도 미 국채 금리와 연동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날 3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각각 연 3.808%, 연 4.301%를 기록했다. 이달 초 대비 각각 0.066%포인트, 0.037%포인트 상승했다. 이날 30년, 50년 만기 금리는 각각 연 4.666%, 연 4.563%로 2012년과 2016년 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는 것은 물론 가계의 소비 여력도 줄어 경제 성장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
다만 최근 국내 국고채 금리가 오르는 건 미 국채 금리 때문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세는 강력한 한국의 경제 성장률과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 국채 금리의 향방은 중동 전쟁 종결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김학균 센터장은 “종전으로 미국의 팽창하는 재정 적자와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세가 잦아들면 미 국채 금리도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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