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느니 차라리 팔까"…강남·서초 매물 8% 증가

입력 2026-08-12 09:28   수정 2026-08-12 10:10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고가 주택이 밀집한 곳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피해 주택 처분을 고민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3일 6만409건에서 6만4082건으로 6.1% 증가했다.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제가 개편되기 전에 주택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와 서초구 등 고가 주택이 몰린 곳에서 특히 매물 증가세가 가팔랐다. 서초구 매물은 이 7630건에서 8263건으로 8.2%, 강남구 매물은 9453건에서 1만213건으로 8.0% 늘었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의 내년 보유세는 3874만원으로 올해 2284만원에서 1590만원 오른다. 동일 면적의 래미안퍼스티지의 보유세도 1905만원에서 3367만원으로 1462만원 뛴다.

'장기보유 특별공제'에 한도를 신설하는 방안이 이번 세제 개편안에 포함되면서 초고가 주택에 대한 매도 압력은 더욱 커졌다. 당초 10년간 80%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장기보유 공제는 내년까지는 한도가 없지만, 2028년에는 20억원, 2029년 이후엔 10억원까지로 상한선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10년 거주하고 양도차익 50억원을 얻은 1주택자는 올해는 양도세를 3억1600만원만 내면 되지만, 2029년에는 13억7300만원을 내야 한다. 양도차익이 큰 고가 주택 보유자의 경우, 세금 측면에서 더 이상 해당 주택을 보유해야 할 유인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기존 거래가보다 호가를 낮춘 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59㎡ 한 매물은 39억원에 등록됐는데, 이는 신고가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적은 한강벨트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제경 투미 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에 집을 가진 고령의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매도를 저울질하는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기존에 누리던 생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한강벨트로의 이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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