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후 방문한 서울 여의도 63빌딩 지하 1층. 중앙에 놓인 원형 쇼케이스 안에는 알록달록한 마카롱과 작은 케이크가 보석처럼 진열돼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티시에 피에르 에르메의 이름을 내건 ‘피에르 에르메 파리’의 국내 첫 카페형 플래그십 매장이다.쇼케이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브랜드의 대표 메뉴인 마카롱이었다. 이날 맛본 ‘모가도르’는 초콜릿의 묵직한 단맛 뒤로 패션프루트의 강한 산미가 이어졌다. 단맛이 강한 일반적인 마카롱과는 인상이 달랐다. ‘인피니망 바닐라 타르트’는 반대로 하나의 재료에 집중했다. 바닐라를 여러 형태와 질감으로 겹쳐 같은 재료에서도 다른 맛과 향이 느껴지도록 했다.
피에르 에르메가 ‘디저트계의 피카소’로 불리는 이유는 디저트를 한 입만 맛봐도 알아낼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재료를 과감하게 조합하거나 하나의 식재료를 여러 층으로 변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작 ‘이스파한’이 장미와 리치, 라즈베리를 한데 조합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로 다른 향과 산미, 식감을 차례로 느끼도록 디저트를 설계한다. 하나의 요리를 구성하듯 디저트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장구현 피에르 에르메 파리 한국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는 피에르 에르메의 창작 방식을 ‘맛의 건축’으로 표현했다. 장 셰프틑 "서로 다른 재료를 과감하게 조합해 새로운 풍미를 만드는 방식과 하나의 재료를 깊이 파고드는 ‘인피니망’ 컬렉션이 브랜드를 이루는 두 축"이라는 말했다.
국내 피에르 에르메 매장 가운데 좌석을 갖추고 디저트와 음료를 함께 판매하는 플래그십 카페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매장이 마카롱과 초콜릿 등 제품을 구매하는 부티크에 가까웠다면 여의도점에서는 디저트를 고르고 음료와 함께 즐기는 과정까지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만들었다.

매장 구성부터 일반적인 디저트 매장과 차이가 있다. 공간 중앙을 둥근 카운터가 차지하고 주변에 좌석이 배치됐다. 황동과 월넛 계열 목재 등을 사용해 프랑스 파리의 부티크 이미지를 살렸다. 판매 품목도 확대했다. 마카롱과 프티 가토, 초콜릿뿐 아니라 커피와 차를 함께 선보인다. 국내 매장에서는 처음으로 소프트아이스크림도 판매한다. 프랑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음료 일부에는 한국 식재료를 접목했다.
피에르 에르메 측은 '경험'을 강조했다. 저스틴 그라이요 피에르 에르메 파리 해외사업 총괄은 “이번 카페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파티세리의 예술성과 프랑스식 삶의 방식인 아르 드 비브르, 그리고 현대적인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미식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럭셔리는 제품 완성도뿐 아니라 오랫동안 기억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개관전에서는 피카소와 브라크를 비롯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룬 전시가 열리고 있다. 63빌딩의 변화는 최근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공간을 재편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거나 전망을 보는 공간만으로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워지자 미술과 음식, 쇼핑을 한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결합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유명 레스토랑과 디저트 브랜드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없는 경험을 만들어 소비자가 직접 공간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피에르 에르메 또한 아트와 미식으로 프랑스 예술 여정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퐁피두 센터와 이웃한 곳에 카페를 오픈하게 됐다고 전했다. 피에르 에르메 관계자는 "퐁피두 센터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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