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태극기' 웬 말이냐…광복절 앞두고 기막힌 현실

입력 2026-08-13 21:00   수정 2026-08-13 21:13


광복절을 앞두고 태극기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만든 태극기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장당 100~200원짜리 중국산 태극기가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면서 가격 경쟁에서 밀린 국내 제조업체들은 존립이 어려워졌다. 태극기 자체 수요까지 줄면서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태극기를 제조하는 업체는 대한섬유, 동산기획, 동영플래그 등 3~5곳 정도만 남아 있다. 나머지 업체는 이들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거나 원단을 받아 재가공해 판매하는 소매 업체다.

국내 태극기 제조업이 쪼그라든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저가 중국산의 공세가 꼽힌다. 온라인 구매가 일반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품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쿠팡에서 ‘미니 태극기’를 검색하면 판매량 기준 상위 1~3위 제품이 모두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장당 100~200원 수준이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은 중국산보다 5~20배 비싸다.

인건비와 원단 가격 등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가 중국산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정치 집회 등에서 대량으로 사용하는 손 태극기는 가격이 구매를 좌우하다 보니 중국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면서 국내 제조업체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정구택 동영플래그 사장은 “20년째 태극기를 만들고 있는데 함께하던 업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며 “올해는 광복절을 앞두고 관공서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태극기 수요 자체가 줄어든 점도 국내 제조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경일마다 가정에서 태극기를 내거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국기 게양 문화가 약해지면서 가정용 수요가 줄어든 결과다.

일상에서 멀어지는 태극기는 정치 집회나 각종 행사에서 대량으로 소비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상징물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태극기 게양을 꺼리는 시민도 적지 않다.

국산 태극기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은 2024년 연방정부가 미국산 성조기만 구매하도록 하는 미국국기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연방정부가 사용하는 성조기는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100% 미국산이어야 한다. 대한민국국기법이 규격과 색상에 맞는 태극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원단의 원산지나 국내 생산 여부에 관한 요건은 두고 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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