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전날 텍사스 휴스턴의 애플 제조시설을 방문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구매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러트닉 장관은 “메모리 문제에는 다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의 위대한 기업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간 애플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중국 판매 아이폰에 한정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공급난으로 아이폰 가격을 대폭 인상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5월 무렵부터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중국산 메모리를 도입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 대상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다. 미국 기업은 미국 정부 규정에 따라 CXMT 또는 YMTC와 제품 정보를 공유하기 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 정치권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달 30일 민주·공화 양당 상원의원 7명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산 메모리칩을 그 어떤 애플 제품에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산 메모리 구매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의 구상은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
이런 가운데 러트닉 장관이 공개적으로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애플의 계획은 좌초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아이폰 맞춤형이 아닌 범용 메모리 반도체는 정부 허가 없이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사비 칸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선택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아이폰 내부의 많은 부품은 맞춤형이지만, 메모리는 맞춤화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범용으로라도 중국산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러트닉 장관의 압박이 통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애플과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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