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4500만원 받고 독서실 팔더니…8개월 만에 '뒤통수' [사장님 고충백서]

입력 2026-08-19 06:00   수정 2026-08-19 06:18

권리금 4500만원 받고 독서실 팔더니…8개월 만에 '뒤통수' [사장님 고충백서]



독서실을 권리금 4500만원에 넘기고 불과 110m 거리에 '스터디카페'를 차린 전 주인이 법원에서 영업을 폐지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영업 양도를 하면서 '경업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과세 업종코드와 부가가치세 면세 여부가 다르더라도, 본질적으로 '학습 공간 제공'이라는 점에서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를 동일 영업이라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민수 부장판사)는 독서실을 양도 받은 A씨가 양도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경업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B씨에게 스터디카페 영업을 즉시 폐지할 것을 명했다.

수원시에서 독서실과 교습소를 운영하던 B씨는 2024년 8월 A씨와 권리금 4500만원에 독서실을 양도하는 '상가건물 임대차 권리금 계약'을 맺었다. A씨는 계약금과 잔금을 전액 지급한 뒤 기존 독서실 상호를 그대로 유지하며, 직원의 고용관계와 매출 자료까지 승계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별도로 경업금지 약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영업을 개시한지 8개월 만인 2025년 5월 양도인 B씨는 기존 독서실과 불과 직선거리 110m 떨어진 같은 동네 건물에서 '스터디카페'를 차리고 영업을 시작했다. B씨의 스터디카페는 출퇴근 및 휴대폰 수거, 학습 플랜 관리, 소음 벌점제 등 엄격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학생들을 끌어모았다.

기존 독서실 이용객들도 B씨의 스터디카페로 이탈하자 A씨는 "상법 제41조에 따른 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터디카페 영업 폐지, 10년간 동종영업 금지, 환경개선 공사비 471만원 및 위자료 1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B씨는 "계약서 제목도 권리금 계약서라 영업양도가 아니며,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는 동종영업이 아니어서 경업금지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양도 계약의 명칭이 '권리금 계약서'라 하더라도 권리금을 대가로 독서실의 영업시설 및 운영과 관련된 일체의 유기적인 재산적 가치를 이전하는 내용이라면 상법 41조가 정한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독서실과 스터디카페가 동종 영업이라고도 봤다. B씨 측은 사업자등록증상 업종코드가 다르고, 독서실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데 비해 스터디카페는 일반 과세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용 가격 역시 독서실은 월 10만~14만원 선이었으나, 관리형 스터디카페는 월 43만~54만원 선으로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재판부는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는 본질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학습 공간을 제공하는 장소라는 측면에서 동질성을 지닌다"고 판시했다. 특히 영업 개시 이후 독서실에서 스터디카페로 이탈한 인원이 존재하는 것도 경쟁관계임을 방증한다고 판시했다. 부가가치세나 업종코드 차이는 조세법적 측면에서의 차이일 뿐 판단 기준이 안 된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B씨에게 영업을 폐지하고 수원시 및 인접 시·군에서 2034년까지 10년간 독서실, 스터디카페 및 동종 영업을 스스로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특히 판결 확정 후에 B씨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 하루에 30만원의 간접강제금(위약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A씨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지출했다고 주장한 독서실 리모델링 및 책상 교체 비용 471만원에 대해서는 "기존 시설 노후화로 인한 자체 영업비용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해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대신 경업금지 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위자료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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