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크에 쏠린 눈...재건축 ‘일괄명도’가 필수인 이유

입력 2026-08-29 15:19  

은마아파크에 쏠린 눈...재건축 ‘일괄명도’가 필수인 이유

[법으로 읽는 부동산]

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이주 개시와 동시에 세입자 전원을 상대로 명도소송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제기했다. 실제 이주한 세입자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소를 취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핏 보면 과도한 조치처럼 보일 수 있다. 아직 이주를 거부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미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과거 다른 칼럼에서도 조합원·세입자 등을 포함한 점유자 전원을 상대로 원칙적으로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이른바 ‘일괄명도’ 또는 ‘통명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수많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수행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비싼 것은 ‘시간’이다. 수천 세대 가운데 99%가 이주했더라도 마지막 몇 세대가 남으면 철거와 착공이 지연될 수 있다. 그 기간만큼 금융비용은 계속 발생한다.

특히 이주 단계에서는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조합원들에게 지급되는 이주비는 사업장에 따라 종전자산평가액의 상당 비율에 이르고 최근에는 50% 수준으로 책정되는 사례도 많다.

수천 세대의 이주비 대출이 실행되면 그 원금만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 여기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현금청산대상자에게 지급한 청산금 등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까지 발생한다.

결국 철거와 착공이 몇 개월 늦어지는 것은 단순히 사업 일정이 몇 개월 밀리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조달한 거액의 자금에 대한 이자가 하루하루 누적되는 문제다. 정비사업에서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반면 일괄명도를 위한 법무용역비는 대규모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한두 달의 금융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명도비용을 아끼기 위해 소송을 미루다가 사업이 몇 개월 지연된다면 오히려 훨씬 큰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끝까지 이주를 거부할지는 미리 알 수 없다. 사업에 적극적이던 조합원이 막상 이주 시점에서 추가적인 요구를 하며 이주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명도소송도 오늘 제기한다고 내일 끝나지 않는다. 소장 송달부터 변론, 판결, 강제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주 기간이 끝난 뒤 미이주자를 확인하고 그때 소송을 시작한다면 이미 상당한 시간을 잃은 셈이다.

명도소송은 ‘시간을 확보하는 절차’다. 일괄명도의 목적은 모든 점유자를 강제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필요할 때 즉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합원과 세입자는 정상적으로 이주한다. 이 경우 이주가 확인되는 대로 소송을 취하하면 된다. 반면 끝까지 이주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진행해 둔 소송을 통해 신속하게 판결과 집행 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재건축사업은 재개발사업과 보상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주거이전비·이사비·이주정착금이나 영업손실이 보상될 수 있다. 반면 재건축사업은 이러한 토지보상법상 주거이전비·이사비·이주정착금, 영업손실보상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적법하게 인도의무가 발생한 이후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이주를 지연시키는 것을 사업 전체가 감수해야 할 이유는 더욱 적다.

세입자뿐 아니라 조합원도 원칙은 같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 제1항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가 있으면 종전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은 원칙적으로 이를 사용·수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명도는 세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합원 역시 법률상 인도의무가 발생하였다면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일괄명도는 모든 조합원과 세입자를 적으로 돌리는 소송전이 아니다. 단 몇 명의 미이주로 수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사업 전체가 멈추는 위험을 방지하는 사업관리 수단이다. 은마아파트의 이번 조치는 명도를 사후적인 분쟁 해결수단이 아니라 사업 기간과 금융비용을 통제하기 위한 선제적인 사업관리 수단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재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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