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1일 16: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이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조달한 자금은 미국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에 투입될 전망이며, 이 가운데 과거 솔리다임 인수를 주도했던 노종원 전 SK아메리카스 대표가 자금 조달의 한 축을 맡아 일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노종원 전 대표는 해외에 설립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통해 이번 투자유치에 참여한다. 구체적인 구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가 글로벌 출자자(LP)를 모아 전체 규모의 약 20%가량을 책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머지 해외 대형 기관 투자자를 유치하는 역할은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맡는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해외 자본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되돌아온 인수 설계자
노 전 대표는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할 당시 경영지원담당 부사장(CFO)으로 실무를 총괄했다. 2023년에는 솔리다임 각자대표(Co-CEO)에 올랐고, 이후 SK아메리카스 대표를 맡아 그룹의 북미 사업을 챙기다 SK를 떠났다.솔리다임 대표 시절 그는 신사업 발굴과 대외 파트너십, 사업 전략을 담당했고, 인텔 출신 기술 전문가인 데이비드 딕슨 대표가 데이터센터·제품 기술을 맡았다. 그는 미·중 갈등 속에서 다롄 팹을 포함한 중국 사업 리스크 대응 전략을 짠 경험도 있다. 회사의 사업 구조와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두루 갖춘 그의 참여가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츠기 아노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유치한 자본을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에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향후 솔리다임이 초고용량 eSSD를 공급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솔리다임은 장기적으로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번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지만, 회사 측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상장 여부는 시간을 두고 결정하더라도 우선 자본을 유치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에 활용하고, 향후 그 데이터센터에 솔리다임이 낸드플래시·eSSD를 공급하는 비즈니스로 연결하려는 게 회사의 기본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미운오리에서 백조된 솔리다임
불과 5년 전만 해도 솔리다임은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20년 SK하이닉스는 약 10조 원을 들여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했고, 이 사업부는 이듬해 '솔리다임'이라는 사명으로 독립 법인 출범했다.출범 후 솔리다임은 기존 SK하이닉스 낸드 사업과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2022~2023년 2년 연속 적자를 내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인수 당시 "10조 원 인텔 낸드 인수, 비싸지 않다"고 공언했던 이석희 사장은 2022년 3월 하이닉스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황 악화가 이어지자 같은 해 10월 이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점에 그가 자리를 비우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솔리다임 M&A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인수 실무를 총괄했던 노 전 대표는 이후에도 SK하이닉스 사장, 솔리다임 각자대표를 지내며 경영 일선에 남았지만, M&A 자체는 그룹 안팎에서 오랫동안 '승자의 저주'로 꼽혀왔다.
반전은 글로벌 AI 열풍과 함께 찾아왔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본격 나서면서 전력 소모가 적고 저장 용량이 압도적인 기업용 SSD(eSSD)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수조 원대 적자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던 솔리다임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폭증에 힘입어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제 시장에서는 50조원 몸값이 거론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때 정리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던 자산이, 불과 2~3년 만에 함부로 떼어낼 수 없는 몸값 50조 원짜리 알짜 자산으로 탈바꿈한 셈"이라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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