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톡을 품은 사업회사와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를 둔 투자회사로 갈라선다. 카카오는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카카오AI의 수익화와 카카오X의 자산 재편 성과로 실행력을 입증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번 분할은 사업보다 의사결정 체계를 쪼개는 데 방점이 찍혔다. 최근 5년 카카오 이사회 비경상 안건 중 85%, 지난해 투자심의기구 안건 가운데 84%가 자회사 지원·관리와 관련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AI 대표로 내정된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 카카오X 대표로 내정된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중심으로 각 사 의사결정 체계도 효율화된다. 두 회사는 분할 이후 별도 이사회를 두고 투자·자금 운용 방식을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도 해체된다. 계열사 현안에 매달리느라 AI 투자를 놓치는 병목을 끊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지배력의 뼈대가 달라지진 않는다. 인적분할인 만큼 기존 주주에게 양사 주식이 지분율에 따라 배정된다. 회사는 카카오X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독립경영 이후에도 카카오AI의 카톡·광고·커머스와 카카오X 계열사의 금융·모빌리티·콘텐츠는 서비스 협업을 이어가야 한다. 협업 조건, 데이터 이용 기준이 불투명하면 계열사 간 이해상충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광고·커머스 부문에서 확보한 현금으로 AI를 키우는 구조다. 현금창출원이 확실한 점은 강점이지만 AI 투자비가 먼저 늘고 수익화가 늦어질 경우 실적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
승부처는 이용자 약 5000만명을 보유한 카카오톡을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로 바꿀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카카오AI는 대화 속 의도를 읽어 검색·추천에서 구매·결제를 연결하고 AI 광고, 에이전틱 커머스, 구독으로 돈을 벌 계획이다.
2030년엔 카카오 AI 서비스 일간활성이용자(DAU) 2000만명 이상, 카카오톡 체류시간 50% 이상 증가, AI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단 목표다. 기기 내에서 이용자 요청을 우선 처리해 AI 추론 비용을 최대 90% 줄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실제 거래 전환율, 이용자당 AI 비용 등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카카오X는 다른 계산법을 적용받는다. 카카오X에 해당하는 사업들은 지난 6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 매출이 5조5000억원, 영업이익이 4600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2030년 주요 사업 매출 10조원 이상, 연평균 13.3% 성장을 목표로 한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비연결 회사여서 해당 회사 매출이 카카오X의 2030년 주요 사업 매출 목표에서 빠진다.
카카오X가 보유한 현금·유동화 자산 2조3000억원, 자회사 보유 현금 4조1000억원 등 총 6조4000억원은 투자재원으로 활용된다. 회사는 신규 핵심 사업, 혁신기업을 발굴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가상자산·피지컬AI·글로벌 팬덤 플랫폼 등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검토한다. 자회사 성장뿐 아니라 지분가치, 배당, 투자 회수 성과가 중요해지는 만큼 이익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카카오는 분할을 통해 시장에서 제값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증권사들이 카카오 각 사업·계열사 지분을 따로 평가해 더한 금액은 평균 34조2000억원.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 16조8000억원보다 17조4000억원 높다. 카카오AI·카카오X가 각각 평가받을 경우 이 차이가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다.
다만 여러 증권사 추정치를 모은 숫자일 뿐 분할한다고 해서 17조4000억원의 가치가 곧장 얹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투자자 반응도 차가웠다. 분할 발표 당일 주가는 7.49% 내린 3만58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엔 13%대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시장은 AI 수익화 불확실성, 카카오X가 보유 자산보다 낮게 평가받는 '지주사 할인', 추가 분할 우려를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이라는 핵심 영업자산이 제외되면서 시장에선 주가수익비율(PER)보다 순자산가치(NAV) 기반 투자·지주회사 방식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분할의 방향성은 타당, 이제는 실행 검증을 보여줘야 하는 구간"이라고 봤다.
카카오X의 가치는 자산 규모보다 자본배분에 달렸다. 투자금을 얼마나 빨리 회수해 성장·주주환원으로 연결하는지가 관건이다. 성과가 늦으면 2030년 연결 'ROE 13%' 목표도 흔들리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두 갈래로 주요 신호를 포착해야 한다. 카카오AI는 AI 서비스 DAU, 플랫폼 체류시간, AI 매출 비중, 추론 비용, 잉여현금흐름이 핵심이다. 카카오X는 자산 매각, 신규 투자 수익률, 자회사 배당, ROE가 주목해야 할 지표로 꼽힌다. 인적분할이 '주가 할인'을 해소할 종착점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카카오 내부 반발은 또 다른 과제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분할 발표 당일 성명을 통해 "분할 이후 구조조정, 매각, 합병, 분사, 사업 이관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이번 과정에서도 대다수 구성원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노조와 사전협의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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