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브룩필드가 일본 수도권과 오사카권, 나고야, 후쿠오카의 임대주택 50개 동, 약 3700가구를 1000억엔이 넘는 금액에 한꺼번에 사들였습니다. 올해 일본 최대 규모의 주거용 부동산 거래이자 브룩필드의 일본 주거시장 첫 번째 투자입니다. 일본에서 1000억엔을 넘는 주거 거래는 이전까지 네 건에 불과했고, 최대 거래는 2020년 블랙스톤이 220개 동을 약 3000억엔에 인수한 사례입니다. 브룩필드만 움직인 것도 아닙니다.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론스타도 최근 도쿄 도심의 임대주택 1166가구를 인수했습니다. 지난해 1만6000실이 넘는 대형 임대주택 플랫폼 ‘Tokyo β’를 매각한 론스타가 다시 일본 주거시장에 투자한 것입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일본의 임대주택에 글로벌 거대 자본이 잇달아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은 국가 전체의 인구 총량보다 대도시의 가구 구조 변화에 있습니다. 일본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 같은 주요 도시로 사람과 일자리는 계속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도쿄 23구와 오사카, 후쿠오카에서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 안팎을 차지합니다. 브룩필드가 매입한 자산도 주로 1인 가구용 임대주택으로, 평균 준공연수가 4년 미만이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브룩필드가 주목한 것은 일본의 인구 총량이 아니라, 인구가 줄어도 가구가 분화하고 임차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대도시의 변화입니다.
여기에 공급 제약까지 더해지면서 도심 임대주택의 수급은 더욱 빠듯해지고 있습니다.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은 신규 주택가격을 끌어올렸고, 주요 도시의 집값은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질렀습니다. 금리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내 집 마련의 문턱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워진 수요는 자연스럽게 임대시장으로 이동하지만, 도심에서는 개발 부지 부족과 높은 건설비 때문에 신규 공급을 늘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제한되면서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실제로 올해 6월 도쿄 23구 전용면적 30㎡ 이하 소형 주택의 평균 월세는 11만4242엔으로 전년보다 12.4% 상승해 25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고, 후쿠오카도 15.9% 올랐습니다.
브룩필드가 도쿄에만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일본 임대주택에 들어오는 기관자금은 그동안 도쿄와 수도권에 크게 편중돼 있었지만, 이번에는 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까지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묶었습니다. 이미 자산가격이 크게 오른 도쿄 중심부만 추격하기보다, 고용과 인구 유입이 이어지는 거점도시에서 임대료 상승 가능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면서 지역 편중 위험까지 낮추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이처럼 일본 주거용 부동산을 바라보는 기관투자가의 관심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 주거용 부동산 투자액은 약 9800억엔으로 전년보다 86% 증가해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임대주택은 오피스보다 임차주기가 짧아 입주자가 바뀔 때 시장 임대료를 비교적 빠르게 반영할 수 있습니다. 물가와 임금이 함께 오르는 국면에서는 상승한 임대료를 현금흐름에 반영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산입니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개별 건물의 투자 규모가 작다는 한계도 포트폴리오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브룩필드는 50개 동, 3700가구를 하나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고, 론스타는 도심 자산에 추가 자본을 투입해 편의시설과 주거환경을 개선한 뒤 임대 경쟁력을 높이는 가치 제고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투자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성패를 가르는 것은 매입 이후 순영업소득(NOI)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입니다.
다만 지금의 임대료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해서는 안 됩니다. 올해 3월 수도권 1인 가구용 주택의 모집 임대료는 전년보다 21.3% 오른 9만9690엔이었지만, 실제 문의가 발생한 주택의 임대료는 8만730엔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0.2% 낮았습니다. 임대인이 원하는 가격과 임차인이 실제로 반응하는 가격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도쿄 23구 기존 맨션의 평균 매도 호가도 6월 들어 26개월 만에 처음 하락했습니다.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까지 고려하면 앞으로는 임대료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보다 적정 임대료로 입주자를 확보하고, 공실과 운영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투자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같은 흐름은 초대형 기관투자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본 부동산에 관심을 둔 한국 개인투자자에게도 대도시 1인 가구용 임대주택은 주목할 만한 투자 대안입니다. 예산이 제한적이라면 임대수요가 검증된 역세권 소형 주택의 개별 호실에 투자할 수 있고,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면 여러 호실로 구성된 주거용 1동 빌딩을 매입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개별 호실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액으로 대도시의 안정적인 임대수요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1동 빌딩 매입은 임대료 조정과 리노베이션, 공실관리, 운영비 절감 등을 직접 통제해 NOI를 높이고 자산가치를 끌어올릴 여지가 더 큽니다. 다만 어느 방식을 선택하든 표면수익률만 봐서는 안 됩니다. 실제 공실과 관리비·수선비를 반영한 NOI는 물론 입지와 수선이력, 향후 매각 유동성까지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앞으로 일본 주거시장은 모든 자산의 가격이 함께 오르는 시장에서 벗어나 도시와 상품, 운영 역량에 따라 성과가 갈리는 선별의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로벌 거대 자본이 지금 일본에서 주목하는 것도 단순한 아파트가 아닙니다. 인구가 감소해도 가구가 분화하고 사람이 모이는 도시, 짧은 임대주기를 통해 임대료 상승을 현금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운영을 통해 NOI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기관은 수천가구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묶고, 개인은 개별 호실이나 주거용 1동 빌딩을 선택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투자 논리는 같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 일본 부동산의 승부처는 ‘사람이 얼마나 줄어드는가’가 아니라 ‘사람이 어디로 모이고, 어떤 방식으로 살며, 그 공간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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