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조는 '합치기', 삼성전자 노조는 '쪼개기'에 집중하는 게 차이점이다. SK하이닉스에선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한 노조로 묶어 조합원 수를 키우고 교섭력을 높이려는 통합노조가 출범했다. 반면 삼성전자에선 반도체(DS)와 비반도체(DX)의 실적·근로조건 차이가 커진 만큼 부문별 이해관계를 따로 반영하고 필요하면 '교섭단위 분리'를 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같은 반도체 호황인데 노조가 유리한 교섭 구조를 만들기 위해 반대 전략을 택한 셈이다.
통합노조로 모이는 이유는 회사와의 교섭 과정에서 교섭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조합원이 많아질수록 구성원 의견을 한목소리로 모을 수 있는 데다 향후 교섭대표노조 지위도 확보할 기반을 다지게 된다. SK하이닉스엔 그간 전임직(이천·청주)과 기술 사무직 등 기존 3개 노조가 각각 사측과 교섭을 진행해왔다.
통합노조 측은 앞서 조합원이 약 9000명 이하일 땐 직접적인 교섭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최대 노조가 되더라도 과반에 미달할 경우 회사가 별도 협상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반 노조가 된다고 자동으로 회사와 교섭하는 대표노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전체 근로자 중 절반을 확보한 '과반 노조'와 복수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정하는 '교섭대표노조'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통합노조도 과반을 확보한 뒤 교섭대표노조 지위는 별도 절차에 따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사람을 먼저 모아 힘을 키운 뒤 대표 교섭권까지 노리는 전략'으로 보면 된다.
가장 경계하는 쟁점은 성과급 지급 방식. 성과급을 주식으로 바꾸는 방안에 제동을 걸겠다고 엄포를 놨다. 현금 지급 몫의 PS 전부 또는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기존보다 불리한 근로조건 변경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겠다는 것. 법적으로 근로자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될 경우 구성원 뜻을 모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통합노조가 몸집을 키운 사이 관련 쟁점은 더 큰 뇌관이 됐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20일 전체 PS 가운데 현금 40%, 주식 40%를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를 1·2년 뒤 주식으로 나눠 주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기본 구조만 놓고 보면 60%가 주식으로 지급되는 식이다. 기존 현금 지급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통합노조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다. 교섭을 이끈 기존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25일까지 이틀간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에 통합노조도 대응 방침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면서 DS와 DX의 재원이 나뉘고 경영 실적·근로조건도 다른 만큼 부문별 상황을 반영한 요구안 준비하겠다고 통보했다. 단일 체계로 동행노조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면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검토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여기서 '분리 교섭'과 '교섭단위 분리'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분리 교섭은 한 노조가 같은 교섭 틀 안에서 DS와 DX 이해관계에 맞춰 별도로 협상하는 방식이다. 반면 교섭단위 분리는 회사 안의 교섭판 자체를 법적으로 구분하는 절차다. 노동위원회가 근로조건 차이, 고용형태, 기존 교섭 관행 등을 따져 교섭단위 분리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교섭단위가 분리되면 각 단위에서 상대할 대표노조가 달라질 수 있다. 노조 간 세력관계, 회사의 협상 상대도 등 기존 노사 관계 틀 자체가 바뀐다.
초기업노조가 이 같은 카드를 꺼낸 이유는 DS와 DX의 보상 격차로 내부 불만이 극대화돼서다.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메모리사업부에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이 합의안에 담기자 DX·비메모리 조합원들이 반발했다. 초기업노조를 대거 이탈하기도 했다. 이후 초기업노조는 DS와 DX를 나눠 대응하는 '투트랙 교섭 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올해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부합할 경우 내년 지급될 성과급은 더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을 가정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 250조원을 전제로 하면 1인당 세전 평균 약 7억원의 성과급이 돌아갈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역대급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누가 교섭 과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지를 놓고 노조의 셈법도 복잡해진 상황이다.
두 회사 노조의 전략은 정반대지만 목표는 같다. 통합노조는 직군·지역을 넘어 조합원을 최대한 끌어모아 대표성을 확보하고 교섭력을 키우려 한다. 초기업노조는 제각각인 DS·DX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부문별 차이를 교섭에서 더 선명하게 구분하겠단 방침이다. 노조 덩치를 키울지, 교섭 단위를 세분화할지를 놓고 각자 유리한 셈법을 택한 것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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