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흡연' 노동자 폐암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판결, 왜?

입력 2026-08-24 10:38   수정 2026-08-24 10:51

'20년 흡연' 노동자 폐암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판결, 왜?


13년간 마스크도 없이 금속 분진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한 근로자가 폐암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A씨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6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었다.

한 금속가공업체에서 13년4개월간 철과 알루미늄, 탄소강 등 금속을 절단·연마하는 업무를 담당한 A씨는 2021년 9월 원발성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A씨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금속분진 노출 수준이 낮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이에 A씨 측은 불복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망인은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 등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금속 분진과 절삭유 등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유해 물질에 노출된 기간은 암세포가 발현되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A씨의 근로 환경은 일반 작업장보다 유해물질 노출 농도가 수십배 높다는 법원 감정의의 소견을 근거로 제시했다.

A씨에겐 약 20년의 흡연 이력이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업무상 재해를 부정하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업적 발암물질 노출과 흡연이 결합할 경우 암세포로의 변이가 가속화된다”면서도 “망인의 직업력을 배제한 채 이 사건 발병에 흡연력 만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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