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음악에 맞춰 한밤중 클럽으로 변신한 '클래식 성역' 예술의전당

입력 2026-08-24 14:07   수정 2026-08-24 16:02

DJ 음악에 맞춰 한밤중 클럽으로 변신한 '클래식 성역' 예술의전당

클럽 DJ가 숨 가쁜 리듬에 맞춰 머리 위로 펼친 손을 흔든다. 파란 불빛이 반짝이는 헤드폰을 쓴 사람들이 춤춘다. 음악이 격해지자 양발 점프와 함께 손에 든 형광봉을 휘젓는다. 춤에 빠진 클러버들의 뒤편엔 한국의 전통 갓에서 따온 오페라하우스 지붕이 솟아 있다.



클래식 음악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예술의전당이 강렬한 비트에 맘껏 몸을 맡길 수 있는 야밤의 클럽으로 변신했다. 지난 23일 밤 이 전당에서 야외 공연 ‘두둠칫 사일런트 디스코’가 열려서다. 예술의전당이 1987년 세워진 이후 처음으로 클럽 음악에 공간을 내줬다.



장한나 사장 “음악광장, 열린 공간 돼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사일런트 디스코는 현장에서 DJ가 들려주는 음악을 무선 헤드폰으로 들으며 맘껏 즐길 수 있도록 한 공연 콘텐츠다. 헤드폰을 쓰는 덕에 음악 소음이 크지 않아 축제를 즐기지 않는 다른 시민들과도 공존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뉴욕 링컨센터,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서울 반포한강공원 등에서도 성공적으로 열린 사례가 있다. 예술의전당은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 사이를 잇는 음악광장을 사일런트 디스코 무대로 활용했다.

공연이 시작된 오후 7시가 다가오자 예매 뒤 헤드폰을 받으러 오는 시민 등 수백명이 섞이며 광장이 북적였다. 클러버는 이태원 클럽에서 볼 것 같은 20대 남녀뿐 아니라 외국인과 어린이, 60대 장년층 등 그 면면이 다양했다. 광장 한가운데엔 조명이 달린 DJ 부스가 마련됐다. 음악은 K팝 그룹인 리센느의 노래로 시작해 하우스, 클래식을 재해석한 EDM 등 장르를 넘나들었다. 음악분수도 물세례로 넘실거렸다. 광장 너머 잔디밭에선 한 클러버가 음악에 취한 듯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예술의전당은 이달 열린 큰 공연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맞춰 축제 느낌을 살리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이날은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의 마지막 공연,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백조의 호수> 마지막 회차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장한나 예술의전당 사장은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음악광장의 주인공은 무대 위 연주자가 아니라 광장을 즐기는 참여자와 관람객”이라며 “사람들의 호흡과 감정이 공간을 채우고,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곳이 돼야 열린 공간으로서 광장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제철 농산물 장터도 열린다

예술의전당이 클럽 음악에도 문호를 연 데엔 “전당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장 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예술의전당 관람객은 지난해 248만여명으로 전년보다 20% 늘었지만 정점이었던 2013년 293만여명엔 못 미친다. 시민들이 공연장에 친숙함을 느낄수록 순수예술과의 거리감도 줄어들 것이란 게 예술의전당의 판단이다.

오는 30일 음악광장에서 밴드 공연과 함께 제철 농산물을 나누는 장터를 열기로 한 것도 시민 일상과 가까워지려는 의도다. 다음달 18일엔 서리풀뮤직페스티벌과 연계해 4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어우러지는 패션쇼를, 10월엔 책과 휴식을 곁들인 북 페스티벌과 야외 버스킹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12월엔 대형 트리를 활용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열 것”이라며 “계절 분위기에 맞는 새로운 음악광장 프로그램을 꾸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콘서트홀에서 열린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폐막 공연에선 지휘자 이승원이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여러 악단에서 단원들이 모이는 페스티벌 악단 특성에 맞춰 이승원은 세부 사항을 세세히 잡기보다는 강조돼야 할 소리를 살리거나 폭발력이 필요한 순간에 응집력을 키워 쇼스타코비치 음악의 서늘한 매력을 명징하게 드러냈다. 맨발의 첼리스트 아나스타샤 코베키나와 함께한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에선 긴 호흡을 품어가며 끈덕진 소리를 내는 첼리스트의 열정이 돋보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