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대 110조원에 달하는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지만,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했다. 앞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한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원 규모보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당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원 방식과 실행 시점의 차이가 두 회사의 주가 반응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2026년 주주환원 재원이 90조~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정규 분기배당 2조4500억원과 추가 현금배당 27조5500억원 등 약 30조원은 올해 3분기에 지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재원은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소각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추가 환원의 방식과 시기는 오는 10월 공개하고, 정확한 규모와 집행 방식은 내년 1월 확정하기로 했다. 전체 재원은 공개됐지만 주가에 직접 영향을 줄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전체 환원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훨씬 큰데도 시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장 마감 후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전량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날인 20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73% 급등한 169만1000원에 마감했고, 21일 주가도 20일 대비 2.3% 상승해 173만원에 거래를 끝냈다.
온도차가 나타난 것은 총액보다 당장 주주가치에 얼마나 반영되는가 여부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40조원을 실제 시장에서 매입해 발행주식의 3.3%를 소각하고 향후 잉여현금흐름(FCF) 환원도 50% 이상으로 확대해 추가 환원 기대까지 키웠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10조원 중 3분기 약 30조원 현금배당을 먼저 시행하고 나머지 환원 방식은 내년 1월 확정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지분율이 20%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SK스퀘어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반면 삼성전자는 정반대다.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는 삼성전자 지분을 합산 10% 넘게 보유할 수 없다. 6월 말 기준 두 회사의 합산 지분율은 이미 10.00%로 한도에 도달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율이 10%를 초과하게 돼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강제로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오버행)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최태원 회장이 최근 주가 급락 시 매입한 3620주를 제외하면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율이 거의 없다. 배당을 확대하든 자사주를 소각하든 오너 일가의 현금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1.67%)을 포함해 오너 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어 현금배당이 실시될 경우 막대한 상속세 재원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돈이 직접 유입되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부터 하루 약 65만주씩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일평균 거래량의 약 12~15% 수준이다. 이날처럼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거센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보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은 배경 중 하나로 자사주 매입에 따른 수급 효과가 거론되는 이유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대 110조원 규모의 환원책을 내놨지만 당장 시장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매수 효과는 제한적이다. 나머지 60조~80조원의 환원 방식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센터장은 "단기적인 주가 수급 효과는 시장에서 매일 주식을 사들여 없애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택한 SK하이닉스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IR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주환원 규모를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와 시기 등을 뒤로 미루면서 투자자들이 해석해야 할 여지를 남긴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삼성이 IR을 이렇게 밖에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제 한국 시장에만 머무는 기업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자리 잡은 만큼 IR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며 "투자자에게 최대한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