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민생·경제회복을 명분으로 추진한 현금성 지원금이 지방의회 문턱에 잇달아 가로막히고 있다. 단체장들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대응하려면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의회는 재정 부담과 지급 기준·효과 검증이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민선 9기 초반부터 단체장의 공약 이행과 지방의회의 재정 통제권이 충돌하면서 현금성 지원이 지역 정치의 새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시장은 표결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 경제에 심폐소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추석 전 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본회의장에는 소상공인협의회와 상인회 등 11개 단체가 방청했고, 부결 직후 반대 의원들을 향한 항의가 이어지는 등 갈등이 시민사회로 확산했다.강원 강릉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중남 강릉시장이 취임 후 ‘1호 결재’로 추진한 시민 민생안정지원금이 지난달 31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시민 1인당 10만원을 강릉페이로 지급해 가계 부담을 덜고 골목상권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명확한 기준과 절차 없이 막대한 혈세를 집행하는 방식”이라며 반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유감 의사를 밝혔고 강릉농민회와 노동단체, 지역 정치권도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내며 재논의를 요구했다.
세 지역 단체장은 지역화폐나 현금성 지원이 단기간 소비를 끌어올려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회에서는 경기지표와 재정 여력, 취약계층 선별지원 효과에 대한 비교 없이 모든 시민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재정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백억원대 재원이 필요한 사업은 한 번 시행하면 반복 지급 요구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민생 지원과 선심성 정책의 경계를 둘러싼 갈등이 정파 대결로 흐르면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진=강태우/강릉=임호범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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