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발견된 장미란 추정 시신 사건에서 경찰이 자체 수사로 사건을 종결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사건 암장(暗葬)'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경찰이 실종사건에 대한 수사 없이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사건을 일방적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와 비슷하게 셀프 종결된 사건의 피해자가 사망한 채 발견된 점이다.
비슷한 의혹에 싸인 다른 사건도 적발되면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사건 처리 방식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 "경찰 마음대로" 하는 현실…보완 필요성 대두
과거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경찰 단계의 암장 우려에 대해 경찰청의 수사정보통합관리시스템(KICS)이 경찰의 사건 암장을 막을 수 있는 장치라고 주장한 것도 재조명됐다.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경찰이 사건을 암장한다고 하는데 모든 사건은 킥스에 다 들어간다"며 "사건번호만 붙으면 다 있는데 경찰이 어디다 암장을 하나. 어떻게 없애버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제주 사건 실종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장씨가 무사하나 통화하길 원치 않는다"면서 임의대로 사건을 종결시킨 사실이 드러나며 경찰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박살났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KICS는 형사사건 처리 투명성을 위한 시스템이고, 이번 사건은 경찰 내부 실종사건 처리 체계의 문제"라며 둘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킥스에 등록된 사건의 경우 형사사건 처리과정으로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찰이 임의대로 종결하거나 삭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박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번 제주 실종사건은 경찰내 실종프로파일링시스템에서 일어난 다른 문제"라며 "검사에게 보완수사권(2차수사권)을 남겨두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이를 두고 언론이 검사의 수사권 폐지와 결부시켜 호도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지 않았음에도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해당 경찰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니만큼 드러난 혐의에 대해 엄정하게 처리돼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시스템에서는 경찰이 은폐하려 하면 그 의지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보완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시스템상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되고, 진짜 핵심 증거를 다루는 과정에서 경찰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충분했던 것이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한 또 다른 인물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필요하면 보완을 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기 사건'이 알려지면서 보완수사권 폐지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가 커질 때였다.
김 의원은 검찰개혁 완성을 위해선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가 중요하다며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차후 고쳐나가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 장윤기 사건 및 장미란 사건 등을 통해 그 과정에서 생겨날 사망자 및 피해에 대한 우려가 이미 제기되고 있어 실행 전 보완이 절실한 상황이다.
◇ 대검, 이미 '보완수사권 폐지'의 위험성 예고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8일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려의 내용은 현재 터져나오는 경찰의 암장 의혹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대검은 "검사의 보완수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검사의 중요한 책무이자 사법통제의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사·기소 분리 이후 사법경찰의 권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법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대검의 판단은 정확히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 상황을 설명한다.
대검은 더 나아가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 예외조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검은 경찰 간 유착과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진 '장윤기 사건'을 예로 들었다. 현직 경찰의 부친이 핵심 증거를 폐기한 정황이 검찰의 보완수사로만 드러났다는 것이다.
◇ 보완수사권 폐지, 10월 시행 앞두고 불안 확산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주요 내용이 시행되면 경찰에 의한 사건 암장의 위험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은 제주 장미란 사건과 비슷한 의혹들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경찰이 스스로 사건을 종결하고, 검찰의 감시 역할이 약화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찰청은 이 같은 비판에 대응해 현행 시스템의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행정 시스템만으로는 경찰의 자의적 판단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대검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달 중 해당 법안의 최종 심의를 앞두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 전후로 사의를 밝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사직서를 제출한 뒤 "시행을 앞둔 형사소송법의 예상되는 시행착오와 부작용은 법 시행 전이라도 시정하고, 법 시행 후 발견된 문제는 겸허하고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5월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24일 발견됐다. 담당 경찰관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지 3개월여 만에 발견됐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장 씨가 장기 투숙하고 있던 숙소에서 약 500m, 도보로 약 5분 거리인 야자수 농장이다. 시신에는 장 씨가 실종 당시 입었던 옷가지도 함께 있었다. 장 씨가 마지막으로 들고 간 휴대폰 등 소지품도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피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감식을 통해 정확한 신원과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장 씨 실종 사건을 담당한 부 경장은 해당 사건을 허위 처리한 뒤 자체 종결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은 5월 15일 오후 6시43분께 장 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약 2시간30분 만에 장 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위치 노출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짓 보고한 뒤 사건을 스스로 종결했다. 부 경장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리 목록에서 장 씨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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