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5일 10: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산운용사 10곳 중 4곳이 의결권 행사 사유를 형식적으로 기재하는 등 여전히 '깜깜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운용업계의 수탁자 책임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자산운용사 대상 의결권 점검 결과를 최초로 공개하고 제도 개선을 당부했다.
25일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 실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2026년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공시 설명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이 점검 대상 285개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조사한 결과, 42.4%(121개사)가 주주총회 안건 절반 이상에 대해 '주주총회 영향 미미', '주주권 침해 없음' 등 형식적인 사유만 기재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흡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의안에 대해 일괄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운용사가 86곳이었으며, 의안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은 곳도 87곳에 달했다. 안건 유형이나 대상 법인과의 관계를 누락한 곳도 각각 68곳, 134곳으로 집계됐다. 서로 다른 안건에 동일한 행사 사유를 일괄 기재한 '중복기재율'은 중·소형사(31.1%)가 대형사(11.6%)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았다.
다만 공모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는 전담 조직과 수탁자책임위원회 등 내부 관리 체계를 갖추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점검 대상 공모운용사(67개사) 중 의결권 전담 조직을 설치한 곳은 지난해 13곳에서 올해 18곳으로 늘었다. 의사결정기구를 둔 운용사도 36곳에서 40곳으로 증가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업무 효율화 및 적극적 주주활동 모범 사례도 발표됐다. KB자산운용은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해 사외이사 선임 안건 검토 및 의결권 행사 내역을 검증·분석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주활동 대상 기업 선정부터 모니터링, 비공개 대화, 주주서한 발송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주주관여 내규와 실행 사례를 공유했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의결권 행사를 포함한 수탁자 책임 이행은 타인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수탁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라며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가 개정되는 등 수탁자 책임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의결권을 충실히 행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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