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에 딱 걸렸다"…운전자들 '1조5000억' 토해낼 판

입력 2026-08-26 08:00  


서울 성동구에 사는 장모씨(34)는 최근 버스전용차로 위반으로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 차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버스전용차로 진입이 허용되는 점선 구간이 나오기 전 실선을 넘어선 것이 문제였다. 장씨 차량을 신고한 이는 뒤따르던 버스 운전기사였다.

교통 과태료·범칙금 징수액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5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차량 블랙박스 확산에 무인단속 장비까지 촘촘해지면서 도로 법규 위반을 상시 감시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매서워진 시민 제보…3건 중 2건 과태료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교통법규 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와 범칙금은 각각 8121억원, 451억원으로 857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106억원)보다 5.7% 늘어난 규모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부과액은 역대 최고 수준인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에는 1조3865억원, 2024년 1조4213억원, 지난해에는 1조3136억원이었다.


교통법규 위반을 적발해 신고하는 시민 감시는 하루 평균 1만 건 안팎으로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찰청에 접수된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는 2023년 366만 건, 2024년 354만 건, 지난해 347만 건에 달했다.

화질 좋은 영상과 쉬운 제보 절차로 인해 신고가 처분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제보 가운데 과태료가 처분된 비율은 2024년 60.0%에서 지난해 65.2%, 올해 1~7월 66.3%로 높아졌다. 블랙박스나 스마트폰 영상에서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차량 소유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고 운전자가 특정되면 범칙금이 내려질 수 있다.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찾아 신고하는 모습은 이른바 ‘참교육 콘텐츠’ 수요와 맞물리며 온라인에서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유튜브에는 위반 차량을 촬영한 뒤 신고하고 처리 결과까지 공개하는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얌체 운전자를 찾아내 신고하는 영상을 주력으로 다루는 채널도 있다.
◇카메라는 지자체가, 징수액은 국고로
시민들의 눈뿐 아니라 단속 카메라도 촘촘해졌다. 경찰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과속, 신호위반 등을 적발하는 무인단속 카메라를 매년 약 1000대씩 늘려왔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무인단속 카메라는 3만273대에 달한다.

교통법규 위반을 잡아내는 ‘눈’이 늘면서 운전자 사이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촘촘해진 도로 위 감시망으로 인해 단속 기준을 유튜브 콘텐츠로 미리 공부하는 운전자도 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씨(37)는 “우회전 일시정지 등 지켜야 할 교통법규가 많아져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유튜브로 찾아봤다”고 말했다.

무인단속 장비가 늘면서 과태료 수입의 귀속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상당수 단속 장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설치·관리하지만, 여기서 발생한 과태료는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부산시의회와 세종시의회, 충북도의회 등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과태료 수입을 지방세입으로 돌려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세종시의회는 최근 시가 설치·관리하는 단속장비에서 연간 60억~100억원대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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