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개표 시스템 보안이 허술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이 증언을 토대로 12·3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배경을 설명하려 했지만 증인은 계엄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25일 서울고법 형사12-1부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백 전 차장은 2023년 선관위 보안점검을 지휘한 인물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백 전 차장에게 2023년 9월 작성된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 보고서 내용이 사실인지 물었다. 백 전 차장은 당시 외부에서 선관위 내부망에 침입해 데이터를 위·변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침입자가 얼마든지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망 분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백 전 차장은 "인터넷망, 업무망, 선거망 등이 분리돼 있어야 하는데 접점이 있었다”며 “인터넷에서 업무망을 거쳐 선거망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이 해커가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해 당선자를 바꿀 수도 있었느냐고 묻자 백 전 차장은 "투개표 시스템 보안이 잘 못 돼 있어서 DB에 들어갈 수 있었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데이터를 바꿀 수 있는 취약점이 있었다"고 답했다.
점검 당시 국정원이 해킹 방식으로 선거인명부 데이터베이스에 가짜 인물을 넣고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사전투표소에 갔을 때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백 전 차장은 "당시 명부에 사람을 등록하고 사전투표에서 그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일치하면 투표할 수 있는 체계인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파괴될 가능성도 우려했다고 했다. 백 전 차장은 "외부 해커나 내부의 비인가자가 선관위 시스템을 마비시키거나 파괴할 가능성이 가장 두려웠다"며 "만약 외부 해커가 선거 일주일 전 시스템을 장악해 랜섬웨어를 놓고 1000억원을 내놓으라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했다.
선관위가 오랜 기간 보안점검을 받지 않아 다른 기관보다 취약점이 많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그는 "다른 기관은 1년, 3년 단위로 보안점검을 해 이런 내용이 나오는 게 흔치 않다"며 "선관위는 오랜 기간 점검하지 않았고 어느 기관보다 취약점이 많긴 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면 현재 선거에도 취약점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백 전 차장은 "선거와 연계시키기는 꺼려지지만 그대로 있었다고 하면 위험한 상태"라며 "침입했으면 얼마든지 침입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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