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이 먹는 쌀은 30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런데 ‘공장에서 지은 밥’은 역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1996년 “맨밥을 누가 돈 주고 사 먹느냐”는 핀잔 속에 등장했던 CJ제일제당의 ‘햇반’ 얘기다. 올해 출시 30년을 맞은 햇반은 이제 흰쌀밥 한 공기를 넘어 잡곡밥과 솥밥, 곤약밥에 이어 기존 제품의 절반 크기인 110g짜리 밥까지 내놓고 있다.
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햇반이 처음 출시된 1996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04.9㎏이었다. 지난해에는 53.9㎏으로 48.6% 줄었다. 하루로 환산하면 약 287g에서 148g으로 감소한 셈이다. 지난해 쌀 소비량도 전년보다 3.4% 줄며 감소세가 이어졌다.
즉석밥 소비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국내 햇반 판매량은 2022년 5억6000만개에서 2024년 6억3000만개 이상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약 6억5000만개가 팔렸다. 해외 판매량도 2022년 8000만개에서 지난해 1억2000만개로 증가했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이미 60억개, 누적 매출은 6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쌀을 덜 먹는 것과 밥을 덜 사 먹는 것은 별개의 일이 된 셈이다.
제품의 변화에는 한국인의 식생활 변화가 그대로 담겼다. 2003년 잡곡밥 7종을 내놨고, 2005년에는 두 공기 제품, 2008년에는 저단백밥과 죽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5년 컵반을 출시했고 2021년에는 솥밥을 구현한 ‘햇반 솥반’을 선보였다. 이후 곤약밥과 통곡물·렌틸콩을 활용한 ‘라이스플랜’ 등 건강을 강조한 제품도 잇따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햇반은 백미와 잡곡, 솥반 등을 포함해 수십 종에 달한다.
최근에는 ‘한 공기’의 크기까지 달라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10g짜리 ‘햇반 미니밥’도 출시한다. 대표 제품인 210g보다 용량을 약 48% 줄인 제품이다. 기존에도 130g짜리 작은공기와 300g짜리 큰공기를 판매했지만 이를 110g까지 세분화한 것이다. 한 끼 섭취량을 줄이거나 필요한 만큼만 먹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변화다.
2022년에는 편의점 가격이 1950원에서 2100원으로 뛰었고 현재 주요 편의점에서 햇반 210g의 판매가격은 2400원 수준이다. 출시 당시 가격과 단순 비교하면 약 2.3배가 된 것이다. 다만 출시 당시 소비자가격과 현재 편의점 판매가를 비교한 만큼 유통 채널 차이는 있다.
햇반의 외형은 커졌지만 국내 쌀 소비 감소라는 역풍은 더 거세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에 ‘많이 먹는 밥’보다 ‘조금씩, 간편하고 건강하게 먹는 밥’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곡물·버섯·채소 등을 넣은 프리미엄 영양밥 ‘햇반 솥반’은 2021년 출시 이후 누적 3000만개가 팔렸다.
렌틸콩·현미·파로 등 통곡물을 앞세운 ‘햇반 라이스플랜’도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판매량 1000만개를 넘겼다. 최근에는 라이스플랜 브랜드로 닭가슴살 현미귀리 볶음밥, 파로곤약 주먹밥, 통곡물죽 등까지 내놓으며 ‘밥 한 공기’에서 식단관리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