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치고 나가고 日 버티는데'…한국의 '처참한 성적표'

입력 2026-08-26 19:00  

7.2%. 한국 게임의 글로벌 점유율이다. 2019년 5위에서 이듬해 4위로 올라간 뒤 줄곧 4위 벽에 갇혀 있다. 영향력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일본이 콘솔게임으로 한 축을 담당하고, 한국은 몇 개 히트 게임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국내 시장이 성장을 멈춘 K게임으로선 답답한 상황이다. 한국표 ‘슈퍼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게 절실한 이유다.
◇ 글로벌 매출 톱10에 韓 게임사 없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 게임 매출은 158억3300만달러(약 21조9300억원)로 1년 전(160억6000만달러)보다 1.4% 줄었다. 이 기간 한국 게임의 시장 점유율도 7.8%에서 7.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은 점유율을 20.9%에서 24.2%로 높이며 미국(20.9%)을 제치고 처음으로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중국 게임 매출은 533억2500만달러(약 73조8400억원)였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중국 게임은 인해전술과 자본을 앞세워 매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수년 내 한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약진에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일본은 10%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지켰다.

개별 게임을 보면 더 처참하다. 글로벌 게임사 매출 상위 10위권에 한국은 없다. 미국 업체가 6곳으로 가장 많고 중국 2곳, 일본 2곳 등이 10위를 채웠다. 14위에서야 반가운 이름(넥슨)이 나온다.
◇ “대형 신작 나와야 생태계 선순환”
한국 게임이 부진한 건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매몰돼 있어서다. 매출을 쉽게 낼 수 있는 게임 내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에 집착해 새로운 플랫폼과 장르 투자가 늦어졌다.

한국 게임사들도 안다. 최근에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신작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게임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대형 신작에 도전해야 투자금이 돌고, 개발 인력이 모이고, 이용자도 끌어오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며 “텐센트가 세계 최대 게임사가 된 것은 ‘리그오브레전드(LoL)’와 같은 글로벌 슈퍼IP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크래프톤이 그나마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후발 주자인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뒤 PC·콘솔 기반의 IP 확장에 집중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 회사 매출의 93.6%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펄어비스도 글로벌 시장에서 체급을 키운 게임사다. 올해 2분기 이 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91%에 달했다. 지난 3월 내놓은 신작 ‘붉은사막’이 서구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덕분이다.
◇ IP를 다른 사업으로 확장해야
글로벌 IP를 확보하면 부가 수익까지 노릴 수 있다. 기존 이용자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웹툰, 굿즈(상품)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할 여지가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는 익숙한 게임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한 선호가 매우 강하다”며 “게임 IP를 다른 영역으로 확장했을 때 빠른 수익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IP 노후화를 경계하면서 신작 개발에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자체 개발 중인 신작이 15개에 이른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핵심 개발자 15명을 영입해 크래프톤이 시도하지 않았던 미개척 장르를 확장할 것”이라며 “동시다발적인 병렬 개발 체계를 확립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26일 독일에서 개막한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신작 5종을 공개했다.

이런 도전 사례가 중소 게임 개발사에서도 이어지도록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 협회장은 “한국 게임산업이 성장하려면 글로벌 공략은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라며 “업계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게임 진흥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은/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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