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하겐다즈(Haagen-Dazs)’는 어느 나라 브랜드일까. 이름만 들으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어느 국가에서 건너온 브랜드 같다. 하지만 하겐다즈 고향은 미국 뉴욕이다. 폴란드계 이민자 출신 미국인인 루벤 매투스와 로즈 매투스 부부가 1961년 창업한 미국 브랜드다.
매투스 부부는 제품을 부르는 순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이름을 원했다. 평범한 미국산 아이스크림과 달리 이국적이면서 ‘수입품’이라는 인상을 주는 고급스러운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명이 하겐다즈다. 흥미롭게도 이 이름은 덴마크어는커녕 세상 어느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조어다.부부는 미국인 귀에 덴마크어처럼 들릴 만한 수많은 단어를 놓고 브레인스토밍을 펼쳤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온 것으로 믿게 하려고 ‘a’ 위에 독일어 변모음 일종인 움라우트(a)를 씌우고 포장지에 덴마크 지도를 넣었다. 덴마크 문법에 맞지 않는 작명이지만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브랜드 세계관을 먼저 구축해 인기 아이스크림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당시 대형 아이스크림 업체는 가격 경쟁 속에서 제품 양을 늘리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 방법이 아이스크림에 공기를 더 많이 주입해 부피를 늘리는 것이었다. 제조 과정에서 들어가는 공기 비율을 ‘오버런’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오버런이 높을수록 질감이 가벼워진다. 반대로 오버런이 낮을수록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아이스크림 베이스가 담겨 밀도 있는 질감이 나온다.
모두가 오버런을 높이려 할 때 매투스 부부는 공기 주입을 최소화하고 유지방 함량을 늘려 묵직하고 크리미한 맛을 내는 데 집중했다. 입에 아이스크림을 넣었을 때 천천히 녹으며 풍미가 오래 이어지는 하겐다즈 특유의 질감이 여기에서 나온다.최상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에도 오랜 시간을 들였다. 1966년 처음 내놓은 딸기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하겐다즈는 원하는 품질의 딸기를 찾고 맛을 완성하는 데 무려 6년을 투입했다. 신제품 가짓수를 늘리는 것보다 기본 플레이버 원료와 배합을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차이는 단순히 수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밀도가 높은 아이스크림은 한 스푼을 입에 넣었을 때 천천히 녹으며 원료 풍미가 차례로 느껴진다. 빨리 먹고 끝내는 간식이라기보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음미하는 디저트에 가깝다. 하겐다즈는 이처럼 제품 물성을 소비 경험으로 연결해 아이스크림을 ‘프리미엄 경험’으로 확장했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스몰 럭셔리’ 소비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하루를 마친 뒤 집에서 좋아하는 디저트를 천천히 즐기며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건네는 것이다. 이때 프리미엄을 가르는 기준은 화려한 이름과 낯선 조합보다 한 입에서 느껴지는 분명한 만족감이다. 누구나 아는 익숙한 맛일수록 원료와 배합, 질감의 차이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핵심은 원료다. 벨지안 초콜릿에는 카카오 함량 72%인 초콜릿 원료를 사용하며, 완제품 기준 총카카오 함량은 11.8%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특성상 카카오 풍미가 부족하면 크림에 묻히고, 쌉싸름함이 지나치면 끝맛이 거칠어진다. 하겐다즈는 카카오 존재감을 높이면서도 크리미한 베이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균형을 맞췄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었을 때 부드러운 질감이 먼저 느껴지고 삼켰을 땐 카카오 특유의 깊고 쌉싸름한 풍미가 길게 남는다.하겐다즈가 새로 내건 슬로건 역시 ‘의도된 풍부함’(deliberately rich)이다. 풍부한 맛은 우연히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료를 고를지부터 배합과 공기 함량, 질감, 끝맛까지 하나씩 의도해 만든 결과라는 의미다.
하겐다즈 관계자는 “누구나 아는 기본 맛은 되레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화려한 조합으로 부족함을 가리기 어렵다”며 “혁신은 반드시 전에 없던 플레이버를 제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판매한 제품을 지금 소비자 입맛에 맞춰 다시 점검하고 원료와 배합을 조정해 익숙한 맛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역시 하나의 혁신”이라고 말했다.
안혜원/정소람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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