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vs 납품사, 가격시스템 놓고 충돌

입력 2026-08-27 18:53   수정 2026-08-28 01:31

쿠팡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혀온 ‘다이내믹 프라이싱(자동 최저가 맞춤)’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다른 쇼핑몰 제품 가격이 더 낮은 경우 쿠팡의 판매가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가격 조정으로 발생한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쿠팡은 사전 통지가 없었다며 조사 거부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법원, 공정위 쿠팡 조사 효력 일시 정지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직권조사 결정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법원의 심리와 결정에 필요한 기간 동안 임시로 해당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 효력은 다음달 23일까지 정지됐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할인 쿠폰 발행에 따른 비용을 납품사에 전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현장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상 조사는 7일 전 서면 통지가 이뤄져야 한다며 조사를 거부하고 소송 제기와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10조원을 투입해 구축한 자체 물류 인프라와 함께 쿠팡의 시장 지배력을 지탱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쿠팡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주요 직매입 상품 가격을 온라인 최저가로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 등 다른 온라인몰에 특정 상품이 더 싼 가격에 올라왔다는 정보를 크롤링(웹 페이지 데이터 추출) 방식으로 수집한 뒤 즉각 판매가를 최저가 수준으로 맞춘다.

쿠팡은 최저가 조정 과정에서 판매 가격을 바로 낮추거나 쿠폰을 발행해 소비자의 최종 결제가격을 낮추는 방식 등을 적용한다. 쿠팡은 “할인 쿠폰 발행으로 발생하는 마케팅 비용은 쿠팡이 부담한다”며 대규모유통업법상 판촉비 전가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쿠팡이 비용을 결과적으로 납품사에 떠넘겼다고 본다. 소비재 분야 주요 대형 납품업체도 “명목상 쿠팡이 쿠폰 비용을 부담하지만 실제로는 납품사가 떠안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쿠팡이 자신들의 ‘목표 마진율(이익률)’을 정해놓고 관철시키려고 하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가격 인하나 쿠폰 발행으로 쿠팡의 마진이 줄어들면 다음 상품 발주 과정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단가 인하나 광고비 집행을 요청해 온다”고 했다.
◇과거 승소 경험도 강경 대응 배경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법정 다툼에 나선 건 과거 승소 경험에 따른 철저한 법리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2019년부터 다이내믹 프라이싱 운영 과정에서의 공정거래법상 우월적 지위 남용(갑질) 등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101개 업체에 갑질을 했다며 과징금 33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2024년 1월 서울고등법원은 과징금과 시정명령 전부를 취소하라고 결정하며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쿠팡이 대기업 납품사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지 않고, 가격 협상은 상업적 거래 관행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2019년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한 후 거래를 끊었던 LG생활건강은 해당 판결 1주일을 앞두고 5년 만에 거래를 재개했다.

쿠팡을 표적 삼은 공정위 조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쿠팡이 강경 대응한 배경으로 꼽힌다. 2022~2024년 단 4건이던 쿠팡에 대한 공정위 현장 조사는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11건으로 급증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절차적 허점이 있어도 관행처럼 받아들이던 공정위 현장 조사에 반기를 든 것은 앞으로 미국 기업들처럼 사법적 권리 구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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