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집값 2배 됐다"…현금 부자들 日에 몰려간 이유

입력 2026-08-28 06:00  

"4년새 집값 2배 됐다"…현금 부자들 日에 몰려간 이유

서울 대기업에 다니는 조모 전무(54)는 올해 1월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인근 타워맨션(한국의 아파트)을 2억엔(약 17억원)에 구입했다. 딸이 도쿄에 있는 대학에 합격한 데다 가족여행을 자주 오기 때문에 세컨드하우스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환율까지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도쿄 도심 오피스는 빈 사무실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실이 빠르게 줄고 있다. 신축 맨션과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잇따라 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엔저와 자산 가격 상승 기대를 타고 해외 자금이 들어오면서다.
◇도쿄 신축 맨션 1억6000만엔 돌파

27일 일본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도쿄 23구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1억6286만엔(약 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9% 올랐다. 2022년 연평균 가격이 8236만엔(약 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고급 주택만 오르는 건 아니다. 토지 매입비와 인건비, 자재비가 상승하면서 과거 7000만~8000만엔대에 공급되던 맨션이 1억엔(약 9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주오구와 미나토구 등을 중심으로 대형 타워맨션 공급이 이어진 것도 평균 가격을 끌어올렸다.

해외 매수세도 도쿄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도쿄 23구 신축 맨션 가운데 해외 거주자가 취득한 비율은 3.5%로 전년 1.6%에서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도심으로 범위를 좁히면 비중은 더 높다. 지요다 주오 미나토 신주쿠 분쿄 시부야 등 도심 6구는 7.5%, 신주쿠구는 14.6%에 달했다.

특히 대만계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다. 반도체산업 호황으로 자산이 불어난 대만 부유층이 엔저를 활용해 현금으로 일본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체들의 전언이다.

한국인 자산가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과 각종 규제 부담이 큰 데 비해 일본은 매입 절차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조민수 JOO리얼에스테이트 대표는 “올해 들어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문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주로 도쿄 도심의 1억~3억엔대 맨션을 찾는 자산가가 많다”고 말했다.
◇사무실 임대료 3.3㎡당 월 10만엔
주거용 부동산뿐 아니라 오피스 시장도 뜨겁다. 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에 따르면 올해 1~3월 도쿄의 오피스 공실률은 1.5%로 세계 20개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서울은 4.2%, 파리는 10.3%, 뉴욕은 12.0%, 베이징은 18.5%였다. 도쿄 공실률은 2023년 7~9월 5.2%에서 2년여 만에 3.7%포인트 떨어졌다.

마루노우치와 오테마치, 야에스 등 핵심 업무지구에서는 빌딩 신축과 리모델링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사무실 확장이 늘며 임대료도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불가리호텔이 들어선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를 비롯한 야에스 일대에선 최고 임대료가 3.3㎡당 월 10만엔(약 87만원)을 넘어서는 사례도 등장했다.

자산 가격 상승은 골프 회원권 시장으로도 번졌다. 지난달 주요 150개 골프장의 회원권 평균 가격은 305만2000엔(약 2644만원)으로 전월보다 0.9% 올라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현재 가격은 2009년 11월 이후 16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일본 자산시장의 동반 상승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30여 년간 이어진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일본’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일본 부동산은 아베노믹스와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 완화가 시작된 2013년을 전후해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임금과 물가가 오르고 기업 실적과 주가도 개선되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졌다.

여기에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가치가 해외 투자자의 일본 자산 매입을 부추겼다. 다만 자산 가격 급등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도쿄에서는 일본인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 자금이 집값을 추가로 밀어 올린다는 불만도 많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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