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내리면 대출 신청자가 몰려 금세 목표치를 넘길 겁니다. 가계대출 총량제 아래에서 대출 금리 인하는 상상하기 어렵죠.”한 시중은행 임원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대출 금리가 시장 원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해준 발언이었다.
최근 주담대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이 신규로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48%로 2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3.0%로 인상하면서 대출 금리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자 이자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업 대출 금리의 ‘역주행’을 지켜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달 기업 대출 금리는 평균 연 4.2%로 한 달 전보다 0.07%포인트 떨어졌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연 4.22%로 같은 기간 0.16%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치열한 대출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나타난 변화다.
주담대는 기업 대출과는 딴판이다. 주담대 시장은 정부의 철저한 공급 제한으로 경쟁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은행은 경쟁사보다 금리를 낮추면 대출 신청이 밀려들어와 정부에 제출한 가계 대출 목표치를 넘길까 봐 전전긍긍한다. 강력한 고객 유치 수단인 금리를 영업 전략에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어느 은행에 가든 비슷한 금리로 돈을 빌리는 게 불가피해졌다.
대출 총량제를 통해 급증하는 가계 부채를 관리할 필요성에는 금융권도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은행별 대출 공급량을 통제하면서 시장 경쟁이 사라진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금융사의 대출 총량을 정해놓다 보니 매년 하반기만 되면 ‘대출 셧다운’ 현상이 반복된다. 올해도 실수요자들은 빗장을 걸어둔 은행권에서 높은 금리로라도 대출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느라 분주하다. 매일 오전 6시에 수많은 주담대 신청자가 카카오뱅크 앱으로 몰리는 ‘대출 오픈런’은 일상사가 된 지 오래다.
금융당국이 지난 13일 국내 가계 대출 총량 목표치를 늘리면서 일부 실수요자는 다소 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런 임시방편은 오래갈 수 없다. 정부가 은행별 대출 총량을 틀어쥐면 소비자만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부작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소득 기준으로 대출액을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으로 가계 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