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기초연금 수급 요건을 기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 중위소득의 90%’으로 바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기준 중위소득의 100% 안도 고려했지만 수급 문턱을 더 높였다. 수급 대상을 줄여 아끼는 재원은 소득이 낮은 고령자에게 기초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하후상박’ 구조로 개편하는 데 사용할 방침이다. ▶본지 2026년 2월 25일자 A1,5면 참고 [단독] 중위소득 넘는 '잘사는 노인' 기초연금서 단계적으로 배제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기초연금 수급 상한선을 중위소득 90%에 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기초생활보장 등 각종 복지사업의 수급 기준으로 활용된다.
정부가 2014년 기초연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기초연금 수급 기준 개편에 나서는 것은 고령자 급증으로 재정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일부 고령자의 소득 수준은 재정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2년간 65세 이상이면서 소득이 중위소득의 70% 이하면 일괄적으로 같은 액수의 연금을 지급하다 보니 소위 ‘잘사는 고령자’도 기초연금을 받는 데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노인빈곤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자는 65세 이상 전체 인구(약 1112만5000명)의 70%인 778만8000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데 23조1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기초연금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14년(5조2000억원)보다 네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지난 12년간 고학력·고수입 은퇴자가 증가하면서 고령자의 소득 수준은 기준 중위소득(전국의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구의 소득)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2014년 56%이던 기준 중위소득 대비 기초연금 선정 기준은 올해 96.3%까지 상승했다. 별다른 제도 개선이 없다면 기초연금 선정 기준이 중위소득의 120~130%로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 가구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고령자에게까지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고령자의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 중위소득의 90%’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당초 기준 중위소득 100%를 상한선으로 두는 방안도 논의했다. 하지만 중위소득의 96%까지 올라온 기초연금 수급 기준과 내년 중위소득이 역대 최고 증가율(6.7%)을 기록한 점 등을 고려해 수급 기준을 90%대 초반까지 낮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 중위소득을 상한선으로 정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초과하는 고령자는 자연스럽게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소득·고령자에게 나가는 연금지출을 아낌으로써 확보한 재원을 저소득층 연금액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수급 기준을 중위소득의 90%로 삼되 이를 수년간 기준 중위소득 80%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노인 표심과 직결된 기초연금 개편의 세부사항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막판 진통도 이어지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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