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갈 식당은 별점으로 고르고, 택시에서 내리면 기사를 평가한다. 배달 음식을 먹고 나서도 점수를 매긴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 종일 누군가를 평가하면서 동시에 평가받는다.마리옹 푸르카드와 키런 힐리의 신간 <서열 사회>는 이 같은 데이터 경제가 어떻게 새로운 사회적 서열을 만들어내는지 추적한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사람들이 ‘기쁨’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 질서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단순한 데이터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들은 검색과 결제, 이동, 평가 등 개인이 남긴 디지털 흔적이 사회적 위치와 기회를 좌우하는 새로운 자원으로 작동한다고 보고 이를 ‘고유자본’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런 디지털 서열이 과거의 위계보다 훨씬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출신이나 배경이 아니라 각자가 실제로 한 행동과 기록을 토대로 매겨진 점수이니 그 결과 역시 정당하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저자들은 바로 그 ‘공정함’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동 데이터에도 기존 격차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경계하는 것은 이처럼 너무나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여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서열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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