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차세대 오젬픽’으로 불리는 새로운 물질이 주목받고 있다. 뇌의 각성과 보상 체계를 조율하는 마스터 스위치 ‘오렉신’이다. 뇌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은 특정 질환을 넘어 여러 적응증으로 치료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GLP-1의 잠재력을 닮았다.
이런 오렉신을 본뜬 신약이 곧 시장에 나온다.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일본 제약사 다케다가 개발한 오베포렉스톤을 세계 최초의 오렉신 작용제 기반 기면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마운자로로 재미를 본 일라이릴리도 뛰어들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6월 영국 바이오 기업 센테사를 인수해 초기 임상시험 단계의 오렉신 치료제를 확보했다. 기면증뿐 아니라 특발성 과다수면증을 대상으로 시험 중이다.기존 기면증 치료제보다 효과가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베포렉스톤 임상시험에서 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각성유지검사(어두운 방에 앉아 얼마나 오래 깨어 있는지 측정하는 검사)를 했더니 1분 남짓이면 잠들던 환자들이 오베포렉스톤 복용 후에는 12.5~25분 더 깨어 있을 수 있었다.
이는 효과를 내는 방식 자체가 기존 각성제와 달라서다. 기존 각성제는 도파민 등 개별 신경전달물질 활동을 늘리는 데 그쳐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못했다. 오렉신 기반 치료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각성 시스템의 여러 부분이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다. 기존 각성제보다 더 안정적인 각성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부작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제약업계는 오렉신 기반 치료제를 수면장애 전반으로 확장하려 한다. 오렉신은 어떤 수용체와 결합하는지에 따라 두 가지 역할로 구분된다. 그중 수용체 OX2R과 결합하면 각성과 수면 시스템 전체를 조율하는 스위치가 된다. 스위치가 켜지면 ‘각성 모드’, 꺼지면 ‘취침 모드’에 가까워지는 식이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면 기면증을 넘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등으로 치료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하나의 실마리는 보상과 동기부여 시스템이다. 오렉신이 OX1R 수용체와 결합하는 경우 ‘갖고 싶다’거나 ‘다시 하고 싶다’는 보상·갈망 신호에 관여한다. 이런 OX1R을 차단해 중독 욕구를 줄이거나 반대로 활성화해 일부 우울증과 동기 저하를 치료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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