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라(ZARA) 매장을 찾는 한국 고객은 디테일에 집중하고, 더욱 세심한 서비스를 원합니다. 인디텍스는 한국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배운 리테일 서비스의 수준을 전 세계에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신논현역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연 자라 강남점.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개점을 기념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라울 에스트라데라 인디텍스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사진)는 오픈 하루 전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라 강남점은 3개 층, 약 644평(2130㎡) 규모의 대형 매장이다. 국내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아워레이보’와 협업해 만든 거대한 이무기 모형이 3개 층에 걸쳐 설치돼 시선을 끈다. 단청 문양을 활용해 한국적 요소를 담아내는 동시에,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한 전설 속 존재라는 점에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라울 CCO는 자라 강남점을 “한국 고객과 더욱 잘 ‘연결’되길 희망하며 조성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고객과 연결돼야 성과도 따라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라울 CCO는 “한국 고객은 패션뿐 아니라 리테일적 측면에서 눈높이가 굉장히 높아 일종의 도전 과제”라며 “자라는 이를 단지 과제로만 치부하지 않고 새로운 대응을 이어 왔고, 한국 시장에서 배운 것을 글로벌 비즈니스에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자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98개국에 진출해 있다.
식음료(F&B)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카페’를 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라울 CCO는 “편안한 환경에서, 기분 좋은 구매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마련한 공간”이라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전의 한 조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방문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지만, 전체적인 컨셉이 잘 맞는지 꼼꼼히 따져본 뒤 들인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자카페는 인디텍스 본사가 있는 스페인과 한국, 일본, 쿠웨이트 등 극소수 국가에만 있다. 한국은 스페인을 제외하면 자카페 2호점을 낸 유일한 국가다.

라울 COO는 한국에 대해 “아시아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 돼 가고 있다”면서 “자라가 (한국에서) 내고 있는 실적도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한국 기반 패션 브랜드들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국 의류 시장에선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흥미로운 제안이 끊임없이 나온다”며 “이는 자라에 큰 자극이 되며,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세계 1위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인 자라를 운영하는 인디텍스는 시가총액이 약 1800억 유로(약 288조 원)에 달한다. 스페인에서 약 8년간 시가총액 1위를 지켜 왔다. 올해 6월 스페인 최대 은행 산탄데르에 왕좌를 내줬지만, 주가는 뚜렷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적도 호조다.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5% 늘어난 87억5000만유로(약 15조 원)로 집계됐다. 증가율은 2024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중동 전쟁과 글로벌 소비 둔화 등 악재 속에서도 실적이 개선된 데 대해 라울 CCO는 “50년간 이어 온 비즈니스 모델을 잘 따라가는 동시에 시장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제공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의 취향만큼 다양한 고객 유형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자라의 방침”이라며 “제품뿐 아니라 (강남점과 같은) 공간도 지속해서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라가 ‘패스트 패션’ 정체성을 벗고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 것이 성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몇 달째 가격 인상을 이어 온 것이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라울 CCO는 “자라는 본질을 유지하고자 한다. 브랜드의 고급화보다는, 더욱 많은 고객에게 가 닿는 게 목표”라며 선을 그었다. “좋은 소재와 품질로 잘 재단된 의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게 자라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마르타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도 최근 잡지 인터뷰에서 이를 부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자라는 한국 매장의 퀄리티를 계속해서 높여갈 계획이다. 라울 CCO는 “작년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400여 개 매장을 이전하거나 고쳐 왔다”며 “매장 하나하나를 늘 점검하며 고객의 구매 경험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을 통한 혁신도 예고했다. 앱으로 상품의 재고와 위치를 확인한 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2시간 이내에 매장에서 받을 수 있게 하는 ‘옴니채널’ 서비스를 이번 강남점에 도입했다. 온라인 주문 상품 전용 픽업 공간이나 반품 접수·지원 서비스를 둬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라울 CCO는 “전 세계인이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 주목한다”며 “이미 여러 번 방문했지만, 더욱 자주 오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곳”이라고 했다. 기생충을 비롯한 한국의 영화와 영상, 음악 등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는 “선진화된 한국의 눈높이에 맞춰 리테일 서비스 측면에서 배워가는 게 많다”며 “강남점은 자라의 18년 한국 진출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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