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지' 메타-앤트로픽...100억달러 오가는 AI 동맹

입력 2026-08-29 05:11  


메타와 앤트로픽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놓고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기술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적과 동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양사가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추진하는 등 AI 경쟁 이면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메타와 앤트로픽이 서로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주요 고객이자 파트너로 얽혀 있는 점을 조명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앤트로픽과 오픈AI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주장을 내놨다. 저커버그는 지난 10일 ‘미래는 모두의 것’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초인공지능을 중앙집중화하기보다 널리 배포해 모든 사람이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 기업만이 초지능을 보유한다면 오늘날보다 덜 역동적이고 번영을 누리지 못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기업이나 창업자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발언의 맥락은 앤트로픽과 오픈AI를 향한 견제로 읽힌다. 메타가 오픈소스 AI를 앞세워 개방성을 강조해온 반면, 두 회사는 폐쇄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타는 이와 동시에 앤트로픽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메타는 올해 한때 앤트로픽의 AI 모델 사용에 연간 최대 100억달러(약 15조원)를 지출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예상했다. 앤트로픽이 지난 7월 연환산 매출을 65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한 것과 비교하면, 메타의 지출 규모가 앤트로픽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메타는 앤트로픽 모델을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의 AI 모델을 기반으로 차세대 제품 ‘해치(Hatch)’를 개발·테스트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해치는 사용자의 목표 달성과 삶, 건강, 인간관계, 재정 개선을 돕기 위해 24시간 내내 사용자를 대신하는 개인 에이전트로 알려졌다.

동시에 자체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메타는 코딩 AI 도구 ‘뮤즈 코드(Muse Code)’를 업데이트한 이후 직원들이 앤트로픽 제품 대신 자사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의 최첨단 모델에 필적하는 새로운 AI 모델 ‘워터멜론’도 개발하고 있다.

앤트로픽 역시 메타와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향후 2년간 메타의 데이터센터에서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연산 자원을 빌리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앤트로픽이 매달 임대료를 지급하는 한편 양측이 계약을 조기에 종료할 수 있는 조건도 담겼다. 거래가 성사되면 메타는 AI 연산 인프라를 외부 기업에 빌려주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메타와 앤트로픽은 AI 시장에서 경쟁자인 동시에 서로의 기술·서비스를 활용하는 파트너인 셈이다. AI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 같은 ‘협력과 경쟁의 공존’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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