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수십만원 써도 만족"…'비밀의 단톡방' 뭐길래 [트렌드+]

입력 2026-08-28 19:00   수정 2026-08-28 19:08

"한 달에 수십만원 써도 만족"…'비밀의 단톡방' 뭐길래 [트렌드+]



지난 27일 저녁 8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한 아파트 단지 주변에 정차한 트럭을 중심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입금증을 보여주고 자신들이 주문한 물품들을 빠르게 받아갔다. 이날 도착 물량은 거봉 포도와 샤인머스캣, 그리고 천중도 복숭아와 고구마, 사과 등이었다. 과일 '공동구매'를 한 사람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난각번호 1번'으로 홍보한 구운 계란, 강냉이 등 과일이 아닌 식품들도 있었다.

오랜만에 사과를 구매하러 나왔다는 40대 워킹맘 황미경(가명) 씨는 "아파트 근처까지 오고 가격도 저렴해 단톡방에서 물건을 확인해 구매한다"며 "단톡방(단체 채팅방) 인원이 2000명이 넘는다. 우리 아파트뿐 아니라 다른 곳들도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 플랫폼이 아닌 단체 채팅방 '공동구매'를 통해 과일 등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네를 거점으로 하는 공동구매 전문 매장에서 운영하는 단톡방은 매번 바뀌는 비밀번호를 넣고 들어가야 할 만큼 폐쇄적이지만, 매장에서 준비한 물건이 순식간에 품절될 정도로 인기다.

30대 직장인 문지연 씨도 "지난해부터 카카오톡 과일 공동구매에 빠졌다"며 "방장은 가락시장에서 과일을 직접 떼와서 파시는 분인데, 백화점급 상품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부모님은 물론 주변 선물도 과일로 보내다 보니 한 달에 과일값으로만 수십만원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소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아는 사람들만 간다는 '공구 단톡방'이 뜨고 있다. 공동구매는 사전에 일정 수량 이상의 구매 희망자를 모은 뒤 목표 인원 달성 시 할인가에 상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발주 물량을 사전에 확정해 공급망 관리 부담을 줄이고 제조사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카카오톡이 대표적인 공동구매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장별로 운영되는 단체 채팅방에 입장하면 매일 새로운 상품들이 업데이트된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이를 보고 개인적으로 주문 후 계좌이체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는 식이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공구 매장은 브랜드화, 대형 프랜차이즈화되는 모습이다.

오프라인 기반 공구는 소비자가 사전 주문한 뒤 지정된 날짜에 매장을 방문해 결제·수령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수도권 주거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감자마켓·다이클로·소도몰·날로날로 등이 대표 매장으로 꼽힌다.

공동구매의 인기 속에 2025년 6월 첫 가맹점을 낸 '다이클로'는 1년 만에 200호점을 달성했다. '소도몰' 역시 2024년 7월 개점 이후 200개 매장을 돌파했고, 한 달 뒤 설립된 '우리동네국민상회'는 164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2025년 12월 1호점을 낸 신생 업체 '만만마켓'은 30호점 개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소자본·무인 운영이 가능해 창업 비용이 33㎡ 기준 약 3000여만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매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단톡방에는 구매자들의 실시간 리뷰도 올라온다. 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문의하기도 하고, 인기를 끈 상품들은 운영자에게 직접 재판매를 요청할 수도 있다.

전국권 택배를 운영하는 공구 채팅방도 여럿이다. 초기엔 몇백명 수준인 단톡방 참가 인원이 1만명을 넘긴 곳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톡은 오픈채팅을 기반으로 한 공동구매 서비스인 '오늘공구'를 내놓으며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일 오전 하나의 상품을 공개해 참여 인원이 많을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이며, 운영자인 '공구마스터'가 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상품 정보와 활용법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운영 한 달 만에 참여자가 4만명이 넘었고, 판매 상품도 20만개를 돌파할 만큼 큰 관심을 모았지만, 현재는 서비스 업데이트를 위해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자체 공동구매 채널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앱 기반 공동구매 서비스 '오더픽'을 통해 지금까지 230여개의 기획전을 열고 900여종의 상품을 판매했으며, 크리스마스 시즌 '하리보 어드벤트 캘린더'는 1000개 가까이 판매됐다. 롯데마트는 공동구매 전용 브랜드 '온리원딜'을 통해 자체 공동기획상품(NPB) 방식으로 가격을 최대 50% 낮췄고, 지난해 5월에는 햇마늘 1000t을 공동구매로 선보였다. GS더프레시는 가맹점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체적으로 공동구매를 운영하는 지역 밀착형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해당 상품에 대해 구매자들이 함께 구매를 진행하다 보니 가격 조정이나 이런 부분이 충분히 장점으로 발휘된다"며 "또한 해당 상품에 많은 참여자가 있다는 건 그만큼 검증됐다는 의미다. 이는 예비 구매자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동구매를 통해 판매자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구매자들은 저렴하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과거 소비와 생산이 함께 이뤄지던 협동조합의 모델을 공동구매에서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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