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란봉투법으로 손배 인정 2/3 줄면…일자리 22만개 축소"

입력 2026-08-30 16:55   수정 2026-08-30 16:58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공장 자동화를 촉진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노조의 파업권을 위해 도입된 노란봉투법이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없앤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이 30일 공개한 ‘노란봉투법이 자동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 인용률이 67%에서 52%로 15%포인트 하락하면 공장 자동화가 0.4% 촉진되고 일자리는 7만3000개(0.3%) 줄어든다. 소송 인용률이 22%로 하락하면 일자리는 21만9000개(1%) 감소한다. 경제 모형은 미국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 로버트 루카스의 내생적 성장모형을, 손해배상청구소송 인용률은 2022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보고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손해배상 인용율이 감소하면 노조의 파업 유인이 증가하고 노조 협상력이 강화된다”며 “이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가 증가하면 기업은 자동화 자본을 늘리고 노동 수요랑을 줄인다”고 분석했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은 “노사 교섭시 임금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고용 확대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속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 도입 촉진하는 노란봉투법
파이터치연구원이 30일 공개한 ‘노란봉투법이 자동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노동자의 파업권을 확대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청년층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를 경제학 모형으로 보여준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파업 비용이 불어나면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공장 자동화에 자본을 더 투자할 것으로 분석됐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근로기준법으로 직원을 해고하기가 어려운 기업들이 신규 채용부터 줄여나갈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청년들의 일자리 사다리를 걷어차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인용률이 낮아지면 노조의 파업 유인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파업이 늘어나면 노조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근로자의 임금은 상승한다. 보고서는 “기업은 인건비가 증가하면 자동화 자본을 늘리고 일자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 시행된 후 노동계 파업은 증가하는 추세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강화되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 등이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 것도 노조 파업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으로 거론된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루카스의 내생적 성장 모형을 활용해 시나리오별 고용 영향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인용률이 현행 67%에서 22%로 45%포인트 하락하면 불법파업 횟수는 86.5% 늘어난다. 이로 인해 노조 협상력이 강화되면 노조에 속한 근로자 임금은 32.4% 상승하고, 기업의 이윤은 64.6% 감소한다. 이에 따라 공장 자동화가 1.2% 촉진되면서 일자리가 21만9000개(1%) 줄어든다. 손해배상소송 인용률이 각각 30%포인트, 15%포인트 낮아지면 일자리는 14만6000개, 7만3000개 사라진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발전도 공장 자동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산업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도입하고 있다. 미국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연내 양산한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도 지난해부터 미국 로봇기업 피규어 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공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 포스코,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이 휴머노이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최근 삼성전자 등에서 시작된 ‘N% 성과급’ 사태가 사회 이슈로 확산하자 기업들이 공장 자동화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로봇이 투입되면 사망, 사고 등으로 인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리스크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일자리부터 사라질 것"
공장 자동화는 대기업에서 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대기업 노조에서 파업이 더 조직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2009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노조의 불법파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2753억원) 중 80.9%(2227억원)가 현대제철, 대우조선(현 한화오션), 현대차 등 상위 9개 기업에서 나왔다. 원청에 대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도 공장 자동화를 불러올 수 있다. 조인선 법무법인YK 변호사는 “원청 업체들이 노사 협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하청업체에 대한 용역 계약 범주를 줄이고 자동화 투자를 늘릴 개연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미 공장 자동화 등을 통해 신규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고용부에 따르면 29세 이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2022년 249만5000명에서 지난해 227만9000명으로 3년간 21만6000명 감소했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은 “노조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일자리 자체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신속하게 보완 입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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