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경쟁은 냉전 시기 미국과 옛 소련의 핵군비 경쟁을 연상하게 한다. 핵군비 경쟁이 실물경제와 괴리된 일종의 ‘트로피 획득’을 위한 것이었다면 AI는 미래 생산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이 경쟁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여러모로 중요하다.일반적 인식과 달리 이번 경쟁의 승패는 미국 오픈AI와 중국 딥시크 중 어느 쪽이 가성비 높은 AI 모델을 선보는지와 큰 관계가 없다. 그것은 미국 월스트리트와 중국 상하이 자본시장에 달려 있고, AI에 직업을 잃은 베이징 배달 노동자와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에 나선 미시간주 주민의 분노에 좌우될 것이다.
지난 6월 중국은 향후 5년간 2조위안(약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는 미국 4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가 내놓은 올해 투자 규모 7250억달러(약 970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세계 자본시장에서 두 나라가 차지하는 입지가 압도적으로 차이 나는 것이 그 배경이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중국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통해 약 14조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구글은 유상증자만으로 여덟 배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올해 빅테크들이 쏟아낸 회사채 275조원 중 92조원은 영국, 캐나다, 일본 등 미국 바깥에서 발행됐다.
산업 생태계 전반의 역량까지 감안하면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엔비디아 최신 AI 칩을 사용할 수 없는 중국 데이터센터는 같은 용량의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미국보다 성능이 크게 뒤처진다. ‘연산의 가성비’를 내세우는 중국 AI 모델도 이 같은 물리적 격차를 넘어설 수는 없다.
다만 제조업부터 콘텐츠산업까지 한계비용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개인의 창발성이다. 경직된 정치·사회 시스템하에서 중국 산업이 장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냉전이 막 시작된 1949년 사회주의자이던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미국의 승리를 점쳤다.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인간의 정신을 짓밟는 체제는 결코 진보할 수 없으며 결국 전복된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