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준의 인문학과 경제] 물로 시작된 산업혁명, 물로 귀결될 AI혁명

입력 2026-08-30 17:57   수정 2026-08-31 00:30

공장 굴뚝이 뿜어내는 연기는 산업혁명의 상징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공장의 굴뚝과는 본질적으로 별 상관이 없었다. ‘산업혁명’으로 번역되는 ‘industrial revolution’의 문자 그대로의 뜻은 ‘근로 혁명’이다. 흩어져 있는 수공업 작업장들이 아니라 한 군데 대규모 사업장에 근로자들을 모아놓고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노동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이 ‘혁명’의 본질이었다. 다수의 근로자를 한곳에 모아놓고 여러 시간 노동을 시키기 위해서는 안정되고 지속적인 동력 공급이 필수였다. 그 동력은 물이 제공했다.

영국 산업혁명의 선구자인 리처드 아크라이트(Richard Arkwright)는 1769년에 수력 방적기(Water frame) 특허를 취득했다. 그는 1770년에 안정된 물이 공급되는 더원트(Derwent) 강 곁에 공장을 세우고 특허받은 방적기를 이용해 면사를 생산했다. 아크라이트의 수력 방적기 이전에 가장 첨단 기술로 만든 방적기는 ‘스피닝 제니’(Spinning jenny)였다. 근로자가 한 손으로 방적기 바퀴를 돌려 동력을 만들면서 다른 손으로 장치를 작동해야 했기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은 인간 근력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가만 놔둬도 계속 흐르는 강물의 동력을 이용한 수력 방적기는 한 번에 96개의 실을 생산했다. 수력 방적기의 이점은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수력에 의존해 기계를 돌리는 데 많은 근력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성인 남성 대신 여성과 어린이들을 고용할 수 있었다. 이들을 관리하기가 성인 남성보다 훨씬 더 수월했다. 인건비도 더 저렴했다. 물의 동력을 사용하는 방식이 물레방아를 돌리는 개념과 유사했기에, 이러한 수력 방적기 공장은 ‘면 방아’(cotton mill)로 불리었다. 공장의 설비를 돌리는 동력이 수력에서 화력으로 바뀌고 공장의 굴뚝마다 연기를 뿜어대기 시작한 1790년대 이후에도 ‘면 방아’라는 명칭은 한참 동안 사용되었다.

물로 시작한 1차 산업혁명이 이제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했다. 인공지능은 전기를 먹고 산다. 인공지능은 허공에 떠다니는 전자파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몸체는 서버에 서버를 쌓아놓은 거대한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비한다. 또한 24시간 내내 돌아가며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다.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이 사용된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서버에 들어갈 반도체를 생산할 때도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일자리를 놓고 천연 지능을 지닌 인간들과 경쟁한다. 또한 물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들과 물 사용을 두고 경쟁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데이터센터 유치와 반도체 공장 설립이 지역경제를 살릴 마지막 승부수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들은 첨단 생산시설의 자동화된 공정이 얼마나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지, 또한 그런 시설들을 식히고 가동하는 데 필요한 물 사용량이 해당 지역의 생활 및 농업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부터 먼저 분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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