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미야기현이 SK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를 유치한 구마모토현처럼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의 판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31일 미야기현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는 한일 상공회의소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을 주제로 회의를 연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하면서 현지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최 회장은 전날 열린 ‘제1회 한일 저출산대책 심포지엄’에도 참석했다. 행사에는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도 자리했다. 현장에는 미야기현 관계자와 지역 언론 기자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최 회장이 행사를 마치고 이동하자 일본 기자들은 SK하이닉스의 미야기현 공장 건설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한 기자는 최 회장의 이동 동선을 따라가며 “한마디만 해달라”고 거듭 답변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일본 반도체 공장과 관련한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야기현은 SK하이닉스 측에 센다이 인근 반도체 공장 부지를 제안하는 등 물밑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미야기현은 SK하이닉스 유치를 지역 산업구조를 바꿀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현은 오히라무라의 제2센다이 북부 핵심공업단지 내 약 30만㎡ 규모 부지를 SK 측에 제안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용수와 전력 인프라도 갖췄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의 미야기현 투자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21일 한국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SK 측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일본 생산거점 후보로는 그동안 미야기뿐 아니라 간토와 홋카이도, 규슈 등이 거론돼 왔다. 반도체 공장은 수조원 규모의 투자와 대규모 고용을 동반하는 만큼 일본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인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제품의 해외 생산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쉽게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일본 공장을 짓더라도 생산 품목이나 공정 수준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일본 진출을 통해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 기업들과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 SK그룹은 일본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의 인수합병(M&A)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생산거점 확보를 넘어 일본 반도체 생태계와의 결합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일본은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져 있어 충분히 훌륭한 후보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라이 지사는 2005년 취임 이후 ‘부유한 미야기’를 내걸고 제조업 유치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도요타자동차와 도쿄일렉트론 등의 공장을 유치하면서 미야기현의 제조품 출하액은 2024년 5조8000억엔으로 2005년 대비 약 1.6배로 늘었다.
반도체 공장 유치는 한 차례 좌절된 경험도 있다. 대만 파워칩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PSMC)과 SBI홀딩스가 2023년 미야기현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듬해 계획을 철회했다.
무라이 지사는 지난해 지사 선거에서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6선, 24년에 걸친 재임 기간의 총마무리 사업으로 SK하이닉스 유치에 승부수를 걸었다는 분석이다.
센다이=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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