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31일 17: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2위 손해보험사(자산 기준)인 DB손해보험이 보험업계의 과도한 사업비 지출 등 출혈 경쟁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무리한 외형 성장을 멈추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배당 여력이 훼손되고 회사의 존속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당 확대를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과당 경쟁을 부추기고 계약자 보호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DB손보는 지난 28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남승형 DB손보 경영지원실장(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은 “외형 성장 중심의 무리한 경쟁을 따라가다 보면 단기적인 회계 이익은 일시적으로 좋아질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배당 여력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신계약 확보를 위한 업계 경쟁이 심화하며 판매수수료 증가, 손해율 상승, 유지율 하락 등으로 회사의 장기 체력은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분석 결과도 이러한 위기감을 뒷받침한다. 정병록 DB손보 경리파트장은 “새 보험회계제도(IFRS17) 도입 전인 2022년에는 손보사 10곳의 회계 이익과 배당 재원 모두 6조원을 상회했다”며 “IFRS17 도입 이후 회계 이익은 50% 이상 증가해 9조원을 웃돌지만 배당 재원은 매년 급격히 감소해 2025년 1조원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손익계산서에 찍히는 장부상 이익은 늘었지만 배당가능이익은 역설적으로 감소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10대 손보사의 회계 이익(9조4000억원)과 배당재원(7000억원) 간 차이는 약 8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표면적 이유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시가 평가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때 부족액을 준비금으로 쌓도록 한 제도다. 2023년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을 시행하며 해약환급금의 사외 유출을 막기 위해 준비금 제도가 도입됐다. 쉽게 말해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 부족하지 않도록 미리 곳간을 잠그도록 한 것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차감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커질수록 배당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보험사의 회계상 이익은 늘었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배당가능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급증하는 건 근본적으로 보험업계의 과당경쟁과 맞닿아 있다. 보험사들이 신계약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시책을 늘린 것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10대 손보사의 사업비율은 최근 4년간 18.8%에서 26.8%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파트장도 “과열된 현 보험 시장에서 무리한 외형 경쟁을 계속 지속하면 2030년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은 4000억원 수준까지 급감해 계획대로 배당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판매 수수료 증가, 고위험군 상품 판매 확대 등이 이뤄지며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제살 깎아먹는 승환 계약(계약 갈아타기) 증가로 인해 유지율마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DB손보는 주주환원을 확대하기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정 파트장은 “회계 이익과 배당 재원 간 극심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어나는 것이지, 준비금 제도로 인해 갭이 발생하는 게 아니다”라며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업계 일부의 주장과 달리 금융당국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계약자 보호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DB손보는 무리한 외형 성장 대신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경영의 핵심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회사 체력에 기반한 적정 성장을 추진할 경우 2030년 배당가능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주주환원율을 연결 기준 40%, 별도 기준 50%로 상향하고 주당배당금(DPS)을 매년 10%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남 실장은 “단순한 외형이나 CSM 규모뿐만 아니라 배당가능이익을 함께 관리해 계약자 보호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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