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분쟁이 터지자 고려아연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고려아연 주가는 2024년 초 48만원에서 그해 12월 장중 240만원으로 치솟았다.
첫 승부처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이었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가 맞붙어 사실상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이 벌어졌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사회에서 최 회장 측의 방어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지분에선 밀렸지만 이사회는 지켰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동안 고려아연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아연·연·동 등 비철금속 제련 중심이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핵심 광물과 반도체 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중국이 2024년부터 안티모니 등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하며 공급망 안정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중국의 공급망에서 벗어나야 하는 미국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전쟁부·상무부 등) 등과 함께 총 74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울산 온산제련소의 절반 규모인 통합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른바 ‘프로젝트 크루서블’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적으로도 중요했지만 경영권 분쟁의 판도까지 바꿨다. 크루서블 측은 고려아연 지분 10.6%를 보유하면서 최 회장의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크루서블 측 추천 인사는 이사회에서도 1석을 확보했다.
감사위원 선임 결과는 양측의 힘의 균형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분율에서 앞서는 영풍·MBK 측도 보유 지분을 그대로 의결권으로 행사할 수 없는 만큼 기관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하다. 결국 이번 주총은 단순한 지분율만으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표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자본시장 역사에 남을 드라마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임시 주총은 분쟁의 종착점이 아니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 8명과 감사위원 1명의 임기가 만료돼 더 큰 규모의 이사회 재편이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시 주총에서 어느 쪽이 우위를 확보해도 내년 다시 표 대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강해령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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