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열세 최윤범, 어떻게 2년간 경영권 지켰나

입력 2026-08-31 17:45   수정 2026-09-01 00:28

‘고려아연 38.76% vs 영풍·MBK파트너스 42.1%.’ 고려아연의 현재 지분 구도다. MBK와 영풍이 2년 전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며 최대주주 자리를 가져갔다. 여러 차례 고비에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경영권을 지켜냈다. 지분율 열세에도 이사회에서 우위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방어했다. 오는 9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2년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사회 쟁탈전
분쟁의 시작은 2024년 9월이었다.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며 최 회장 측과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했다. 고려아연은 이에 맞서 자사주 공개매수와 소각,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며 대응했다. 양측은 공개매수 가격과 유상증자 등을 놓고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지분 경쟁에서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경영권 분쟁이 터지자 고려아연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고려아연 주가는 2024년 초 48만원에서 그해 12월 장중 240만원으로 치솟았다.

첫 승부처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이었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가 맞붙어 사실상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이 벌어졌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사회에서 최 회장 측의 방어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지분에선 밀렸지만 이사회는 지켰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동안 고려아연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아연·연·동 등 비철금속 제련 중심이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핵심 광물과 반도체 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중국이 2024년부터 안티모니 등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하며 공급망 안정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중국의 공급망에서 벗어나야 하는 미국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전쟁부·상무부 등) 등과 함께 총 74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울산 온산제련소의 절반 규모인 통합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른바 ‘프로젝트 크루서블’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적으로도 중요했지만 경영권 분쟁의 판도까지 바꿨다. 크루서블 측은 고려아연 지분 10.6%를 보유하면서 최 회장의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크루서블 측 추천 인사는 이사회에서도 1석을 확보했다.
◇내년 주총까지 표 대결 예고
9일 열리는 임시 주총의 핵심도 이사회다. 집중투표제로 독립이사 4명을 새로 선임하고, 분리선출 방식으로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뽑는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독립이사 4명을 양측이 2명씩 확보하면 11 대 7이 된다. 여기에 감사위원까지 최 회장 측이 확보하면 12 대 7, 영풍·MBK 측이 가져가면 11 대 8 구도가 된다.

감사위원 선임 결과는 양측의 힘의 균형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분율에서 앞서는 영풍·MBK 측도 보유 지분을 그대로 의결권으로 행사할 수 없는 만큼 기관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하다. 결국 이번 주총은 단순한 지분율만으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표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자본시장 역사에 남을 드라마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임시 주총은 분쟁의 종착점이 아니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 8명과 감사위원 1명의 임기가 만료돼 더 큰 규모의 이사회 재편이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시 주총에서 어느 쪽이 우위를 확보해도 내년 다시 표 대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강해령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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