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650조원(에픽AI 기준)에 달한다. 내년엔 930조원이 넘는 이익을 거둬들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으로 메모리 품귀 현상이 이어진 덕분이다. 두 회사가 올 들어 떼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삼전닉스의 영업이익이 과연 누구의 몫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졌다. 먼저 임직원의 성과 보상 요구가 거셌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의 10% 안팎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그 상한선마저 없앴다. 삼성전자 임직원 1인당(연봉 1억원 기준) 6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돈 잔치다.파티엔 주주도 초대됐다.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맞물린 결과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현금배당 30조원을 포함해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약속했다. SK하이닉스도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안을 내놓은 데 이어 추가 주주환원을 준비 중이다. 상장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런데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주주가 꽤 있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땀 흘린 임직원, 리스크를 감수하고 돈을 댄 주주 등과 나누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대목도 있다. 반도체의 나라가 더 단단해지기도 전에 너무 일찍 ‘나눠 먹기’ 담론에 매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전닉스가 ‘우연히 맞닥뜨린’ 이번 호황을 놓고 많은 이들이 일시적 초과이익을 ‘영구 이익’으로 오인하고 있다. AI 투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은 고객사의 투자 조정, 경쟁사의 증설, 메모리 수요를 줄이는 천지개벽급 기술 등장 등으로 언제든 반전을 맞을 수 있다. 역대급 이익을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으로 여기고 막대한 성과급과 주주환원을 고정화하는 게 성급해 보이는 이유다.
돈 잔치가 투자 여력을 잠식하고 자본 우위를 훼손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돌아볼 필요도 있다. 차세대 D램과 HBM, 낸드 경쟁은 단순한 생산량 또는 가격 싸움이 아니다. 공정 미세화, 첨단 패키징, 후공정, 설계·검증, 전력·냉각 기술을 모두 쏟아붓는 ‘생태계 간 전쟁’이자 국가대항전이다. 연구개발(R&D), 장비 확보, 설비 증설, 인재 확보를 위한 돈을 차고 넘치게 쌓아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의 우위가 내년 또는 다음 세대의 우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더 거세진 레드테크의 역습은 늘 한국을 불안하게 한다. 창신메모리(CXMT·시장점유율 8%)는 중국 국가 차원의 자금 지원과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범용 D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낸드 업체인 양쯔메모리(YMTC·14%)는 내년 말까지 삼성전자(25%)와 SK하이닉스(22%)를 제치고 세계 1위 낸드 기업에 올라서겠다고 선언했다. 허언(虛言)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여기에다 미국 행정부의 압박과 빅테크의 견제도 현재진행형이다. 애플은 중국산 D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미 정부는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무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향한 대미 투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1980년대 일본 반도체처럼 K반도체도 미국 통상 압박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잔치를 벌이지 말자는 게 아니다. 다만 온 나라가 반도체 파티에 취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반도체 과실의 상당 부분은 다음 세대를 먹여 살릴 기술과 설비에 다시 녹아들어야 한다. 반도체의 나라를 떠받치는 소재·부품·장비 등 생태계를 키워내는 불쏘시개가 돼야 한다. 그래야 이번 파티가 끝난 후 다른 잔치를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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