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0억원을 넘은 것은 2016년 8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21억원으로 처음이었다. 이후 강남권 ‘래미안퍼스티지’ ‘압구정현대’ 등을 거쳐 2020년대 들어 마포·강동·동작·광진 등 한강 벨트로 확산했다. 하지만 서울 외곽과 경기 대부분 지역은 ‘국평 20억원’과 거리가 멀었다.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남부 집값이 뛰어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올해 서울 성북과 경기 화성 동탄 등이 ‘20억 클럽’에 진입한 데 이어 서울 강서·은평, 경기 광명 등으로 번지고 있다. 집값과 전·월세가 동반 상승해 주거 불안이 커지자 30~40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21곳에서 전용 84㎡ 아파트 최고 거래 가격이 2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곳 늘었다. 서울 성북·동대문, 경기 화성 동탄·수원 영통·성남 수정 등이다. 서울 강서·구로·은평, 경기 광명·용인 수지는 2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전용 84㎡ 기준 은평구 증산동 ‘DMC센트럴자이’는 지난 4일 19억10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1억원 넘게 올랐다.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4차e편한세상’은 18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두 단지 모두 지하철역이 가까워 출퇴근이 편한 단지를 찾는 30~40대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많다. 강서구도 마곡업무지구와 가까운 마곡동을 중심으로 전용 84㎡가 17억~18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마곡동 A공인 관계자는 “전용 84㎡ 기준으로 호가가 몇 달 새 2억원 이상 뛰고, 매물이 나오면 그날 바로 팔리기도 한다”며 “준공 30년 넘은 아파트도 그 자리에서 계약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번 천장이 뚫린 곳은 20억원대 거래가 잦아지고 있다. 전용 84㎡ 기준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은 7월 2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센트럴아이파크’는 25억2000만원, 마포구 신수동 ‘마포아이파크포레’는 25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입주 물량 감소와 분양가 상승, 실거주 의무 강화, 대출 규제 등이 중저가 지역 집값 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지수는 7월 기준 138.59로 1년 새 5.8% 상승했다. 공사비 급등은 분양가로 전가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통계를 통해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지난해 7월 4544만원에서 올 5월 6355만원으로 처음으로 6000만원을 넘었고, 7월엔 6209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 입주 물량의 약 90%가 재개발·재건축에서 나오는 만큼 공사비 상승은 분양가를 거쳐 지역 전체의 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분석이다.
전세난도 추격 매수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 물량이 마르면서 보증금과 대출 한도 안에서 살 수 있는 20억원 이하 매물로 실수요가 몰린다. 성북구 길음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몇 년간 외곽으로 밀려난 경험이 학습효과로 남았다”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계약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에 추격 매수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출퇴근이 편한 대단지 선호에 보유세 완화 기대가 겹쳤다”며 “기준금리가 연 3.25~3.5%로 다시 오르면 빚 부담이 큰 외곽 대단지부터 조정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종필/임근호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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