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면 계약의 피해자는 분양 대금 이상으로 대출해준 은행이었다.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이 모두 농락당하면서 금융권 피해 규모는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단순한 부동산 대출 사기에 은행 심사 시스템은 속수무책이었다. 갈수록 고도화하는 수법에 비해 허술한 은행 심사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금융사고는 인천경찰청이 시행사와 브로커, 수분양자 등이 조직적으로 연계해 은행권 대출의 허점을 악용한 정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래된 인천, 경기 부천, 일산, 하남 등 수도권 미분양 상가와 지식산업센터가 범죄 대상이었다.수법은 간단했다. 실제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을 적은 계약서를 제출해 대출금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분양 상가를 5억원에 분양하면서 은행에는 10억원 기준으로 작성한 이면 계약서를 제출했다. 부풀려진 대출금(6억~8억원)이 나오면 시행사는 약속한 돈만 가져가고, 차액은 브로커와 수분양자가 수수료로 챙겼다.
다만 이 피해액이 그대로 은행 손실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이 담보로 설정돼 있어 실제 손실액은 공시액보다 줄어들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면 담보물 매각 등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도입된 ‘책무구조도’도 한계를 드러냈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다. 임직원의 내부 횡령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외부 사기를 판별하는 과정에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외부 금융 사기가 급증하는 추세다. 박성훈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에서 지난해 발생한 외부 사기 관련 금융사고는 6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12건) 대비 다섯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도 26건(7월 말 기준)의 외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전체 사고 가운데 외부 금융사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86.7%로 치솟았다.
사고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6일 외부인 사기로 583억원의 금융사고가 났다고 공시했다. 기업·하나은행에서도 동일 거래처 관련 내용으로 각각 94억원, 24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수법이 지능화하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의원은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는 금융사기를 막을 수 없다”며 “서류 위조와 공모 정황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허술한 여신심사 시스템을 원점에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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