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日銀총재' 베선트…일본에 또 금리인상 압박

입력 2026-09-01 07:58   수정 2026-09-01 08:19


‘그림자 일본은행 총재’로 불리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에 사실상 엔화 강세를 유도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주문했다. 엔화 약세의 원인으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지연을 지목하며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요구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로 이어지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이미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일본 측의 정책 판단에 기대를 나타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베선트 장관은 회의 기간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회담하는 방안도 조율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엔화 약세가 자국 금융시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 7월 말 일본과 엔화 매수 공동개입에 나섰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보낸 답변에서 “무질서한 엔화 움직임은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미국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국채 대신 자국 국채로 자금을 돌릴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미국의 고민이다. 일본 생명보험사와 연기금 등이 환헤지 부담 없이 일본 국내에서 높은 금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 미 국채 수요가 약해져 미국 장기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지연을 지목해왔다. 7월 말 공동개입 직후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G20 회의에서 우에다 총재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며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다시 달러당 160엔대로 밀리면서 일본은행의 9월 금리 인상 압력은 한층 커진 상태다. 미국까지 공개적으로 엔화 강세 조치를 요구하면서 12월 금리 인상 등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역시 금리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 케빈 워시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달 28일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미 장기금리가 상승했다. 재정적자 확대 우려까지 겹치자 미 재무부는 국채 바이백 확대 등으로 시장 안정에 나서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다만 Fed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추측해서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원유 공급 감소 같은 공급 충격에는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중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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