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재정’을 강조하는 정부 예산안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재명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 재정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힘입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 이내서 머물지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하향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재정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년과 앞으로 5년간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속도를 비교해보면, 향후 5년의 증가 폭이 두배 가까이 크다. 2021년 558조원이었던 정부 재정지출 규모는 2025년 673조3000억원으로 5년간 20.6% 늘어났다. 반면 올해 727조9000억원이었던 정부 지출은 2030년까지 38.1% 급등한다.
지출의 절반 이상은 ‘의무지출’로 나간다. 의무지출이란 기초연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기계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뜻한다. 유례없는 저출생·고령화로 복지지출이 증가하면서 올해 387조7000억원이었던 의무지출 총액은 2030년 537조9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2030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수는 13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며 “내년 복지 예산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항목도 고령자 70%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저성장,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량지출도 지속적으로 늘린다. 임영진 기획예산처 재정혁신정책관은 “2026~2027년 확대된 국세수입을 바탕으로 선제적이고 확장적으로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출규모 자체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박창환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은 “GDP 대비 재정지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42%, 미국이 37.7%인 반면 한국은 35% 수준”이라며 “1000조원에 놀랄 게 아니라 더 늘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전망치는 내년 0.1%, 2028년 1.5%, 2029년 2.5%, 2030년 2.9%로 이재명 정부 임기 내내 3% 이내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리재정수지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기금수지를 제외한 금액으로, 실질적 정부의 살림 현황을 보여준다.
국가채무는 내년 1500조원을 넘긴 뒤 2030년 1734조1000억원까지 불어나지만,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3%에서 49%로 늘어나는 데 그친다. 지난해 8월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했을 땐 2029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8%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에 따른 GDP 및 국세수입 증가를 전제로 하자 해당 전망치는 1년만에 10%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다만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경우 GDP와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들어 재정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의 재정수지 전망은 2028년 이후에도 매년 3%의 경상성장률이 나와 법인세 수입 등이 증가할 것을 전제로 계산됐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반도체 사이클이 언제 끝날지, 끝난다면 성장률이 얼마로 떨어질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지난 10년간 세수 탄성치(국세수입 증가율/GDP 증가율) 가운데 낮은 수준을 적용해 보수적으로 추산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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