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지금 위험해" 발칵…사장님들 우르르 탈출하는 까닭 [벼랑 끝 사장님]

입력 2026-09-03 19:30   수정 2026-09-03 20:50

"성수동 지금 위험해" 발칵…사장님들 우르르 탈출하는 까닭 [벼랑 끝 사장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우려됐던 젠트리피케이션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가 골목에 들어오면서 기존 상인이 밀려났다면, 최근에는 며칠 짜리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매장이 높은 대관료를 지불하며 공간의 몸값 자체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북성수로 밀려나고 있으며 임대료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8월 말 평일 오후 찾은 성수동 연무장로 곳곳에서는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가 동시에 들렸다.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 매장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드나들었고, 거리 곳곳에서는 새 팝업스토어를 만들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오랫동안 자동차공업소로 쓰였던 낡은 건물도 대기업 팝업 공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연무장로 한복판에서 영업하며 인기를 끌었던 한 브런치 카페가 최근 문을 닫았다.
◇ 늘어나는 소매점, 줄어드는 식당

통계에서도 성수 상권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나타난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수동카페거리 전체 점포는 2021년 2분기 462곳에서 올해 613곳으로 5년 새 33% 늘었다. 같은 기간 외식업은 181곳에서 228곳으로 26%, 서비스업은 68곳에서 88곳으로 29% 증가했다.

가장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소매업이었다. 2021년 213곳이던 소매업 점포는 올해 297곳으로 39% 증가했다. 특히 외식업은 2024년 241곳을 정점으로 지난해 230곳, 올해 228곳까지 2년 연속 줄어든 반면 소매업은 같은 기간 245곳에서 297곳으로 21% 늘었다.

성수역 일대 프랜차이즈 점포는 2021년 118곳에서 올해 114곳으로 줄었고, 성수초등학교 일대도 같은 기간 54곳에서 48곳으로 감소했다. 과거처럼 대형 프랜차이즈가 골목을 빠르게 점유하는 방식만으로 현재 성수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신 최근에는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매장, 브랜드 직영 공간 등이 높은 마케팅 비용을 앞세워 상가를 차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확장이 아니라 기업의 단기·브랜딩 수요가 공간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주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내국인은 줄고 외국인은 두 배


성수를 채우는 사람들의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생활인구 자료는 2023년부터 비교가 가능하다. 성수동 4개 행정동의 6월 평균 생활인구를 분석한 결과 내국인은 2023년 9만4130명에서 올해 9만2489명으로 약 2% 감소했다. 반면 단기체류 외국인은 1224명에서 2596명으로 112% 늘었다.

생활인구에는 지역 거주민과 직장인도 포함된다. 이를 감안하면 쇼핑이나 외식 등을 위해 성수를 찾는 내국인 방문객의 흐름은 전체 생활인구보다 더 약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내국인 중심의 '핫플'이었던 성수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목적지 소비' 강해졌다

성수를 찾는 방문객의 소비 방식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성수를 찾았다는 20대 여성은 "성수는 물건을 사러 온다기보다 팝업스토어나 공간 자체를 체험하러 오는 곳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 팝업이나 미리 검색한 맛집만 방문하는 '목적지 소비'가 강해지면서 많은 유동인구가 주변 점포 매출로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상권의 외형과 개별 점포의 생존 사이에는 최근 지표에서도 간극이 나타난다. 성수2가1동의 올해 2분기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2027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7만원 늘었지만 신생기업 3년 생존율은 55.56%로 5.66%포인트 떨어졌다. 평균 영업기간도 3.4년으로 서울 평균 3.7년보다 짧았다.

카페 역시 최근 상황이 악화됐다. 커피·음료 업종 개업률은 2024년 2분기 8.9%에서 올해 3.7%로 떨어진 반면 폐업률은 2.7%에서 5.5%로 높아졌다. 올해 2분기에는 새로 문을 연 카페보다 문을 닫은 카페가 더 많았다.

연무장로 인근에서 오랫동안 한식당을 운영해온 한 사장은 "예전에는 직장인과 동네 주민 덕에 그럭저럭 매출이 나왔는데 이제는 아니다"며 "아예 북성수 쪽으로 옮기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무장로서 밀려난 사장님들, 북성수로

실제 수제화거리 쪽 북성수로 이동하자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연무장로에 몰렸던 외국인 관광객과 팝업 방문객은 눈에 띄게 줄었고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이 주로 거리를 채웠다. 북성수가 포함된 성수2가3동의 직장인구는 3만1123명으로 연무장로가 포함된 성수2가1동 7660명의 4배가 넘는다.

그러나 북성수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성수초등학교 일대 전체 점포는 2021년 709곳에서 올해 679곳으로 5년 새 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외식업은 178곳에서 151곳으로 15% 줄었고 소매업도 331곳에서 326곳으로 소폭 감소했다. 성수동카페거리 점포가 같은 기간 33%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도 북성수 상인들은 임대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연무장로에서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북성수로 옮겨오면서 새로운 임차 수요가 생기고, 이를 따라 임대료까지 오르는 구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북성수에서 우동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5년 전 월 120만~130만원 수준이던 임대 관련 부담이 현재 약 180만원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은 "연무장로 관광객이 여기까지 와서 돈을 쓰는 것도 아닌데 임대료만 따라 올라오는 것 같다"고 했다.

브랜딩 전문가 노희영 희노컨설팅펌 대표는 최근 한 유튜브에 출연해 "지금 성수동 상권은 떨어지기 바로 전 시점이다. 위험한 단계"라면서 "객단가가 너무 낮다. 예전에 내국인이 다닐 때는 객단가가 어느 정도 나왔는데 지금 전부 관광객으로 바뀐 다음부터는 팝업스토어 등은 잘 돼도 나머지는 매출이 꺾이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희선/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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