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두 예술가가 한옥을 무대 삼아 특별한 대화를 나눈다.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 애시 로버츠(Ash Roberts)와 뉴욕에서 작업하는 조각가 나디아 야론(Nadia Yaron)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종로구의 한옥 공간 애가헌에서 전시 <보름달은 반달이다(A FULL MOON IS A HALF MOON)>를 통해 관람객들을 만난다.

100년 한옥에서 길어 올린 낯선 시선
이번 전시는 프랜시스 갤러리(Francis Gallery)가 주최한 한국에서의 첫 전시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전시명은 한옥의 사랑채와 안채가 지닌 공간적 구조를 달의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이라는 은유적 관계로 연결해 붙인 것이다.
갤러리를 이끄는 로사 박 대 표는 영국 잡지 <시리얼(Cereal)>의 창립자이자 편집장 출신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에게 한옥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통로였다. 그가 첫 전시 장소로 애가헌을 택한 이유는 한옥이 지닌 역사와 기억,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사회적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작가들을 초대한 것은 익숙한 공간을 낯선 시선으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기 위해서다. 로사 박 대표는 “한국인이 아닌 작가들이 이 특별한 환경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다”며, “어떤 공간을 처음 경험하는 순간은 단 한 번뿐인 만큼 그 찰나의 순수한 시선이 관람객에게도 새
로운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색과 빛, 돌과 나무의 대화
전시장에 들어서면 애시 로버츠의 회화와 나디아 야론의 조각이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와 어우러지며 기묘한 조화를 예고한다. 애시 로버츠는 한국 전통의 ‘일월오봉도’를 자신만의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했다. 그는 ‘일월오봉도’가 단순히 자연물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봤다.
작가는 다섯봉우리와 해, 달, 물이라는 핵심 구조를 유지하면서 이를 추상적인 색과 면으로 풀어냈다. 한옥의 창호지를 통과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과 어우러질 그의 색면들은 우리 전통 회화의 상징을 현대적 추상 예술의 영역으로 신선하게 확장해냈다.
한편 나디아 야론은 톱과 그라인더라는 거친 도구로 나무와 돌을 깎아내며 자연의 연약함과 덧없음을 조각으로 담아냈다. 물리적으로 강한 힘을 가해야 하는 과정과 달리 결과물에서는 고요함이 흐른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듯한 그의 조각들은 한옥의 정적인 공간감과 대비되며 삶의 유한함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깊이 사유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100년 된 한옥이 이방인의 예술적 감각을 만나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되는지를 증명하는 자리다. 한옥의 안채와 사랑채 사이로 흩어질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안에서 숨 쉴 예술품은 익숙한 공간을 다시금 낯설고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끌 것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