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727조9000억원)보다 93조원(12.8%) 늘어난 규모다.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사상 최대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역대 최대 세수를 기반으로 재정을 적극 투입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7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 12.8%는 기존 최고치이던 2009년의 10.6%를 훌쩍 뛰어넘는다. 총지출이 800조원을 웃도는 것도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저성장 고착화냐, 잠재성장률 반등이냐 갈림길 앞에 서 있다”며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고도화해 재정 여력을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재정전략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정부가 재정지출을 역대 최대로 늘려 잡은 것은 그만큼 총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법인·소득세 등 국세 수입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올해보다 49.8% 늘어난 584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세외 수입 296조4000억원을 더해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보다 30.4%(205조6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내년 국가채무는 1519조8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413조8000억원과 비교해 1년 만에 100조원 넘게 불어난다. 다만 반도체 호조로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늘어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3%로 올해(51.6%)보다 3.3%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도 -0.1%로 올해보다 3.8%포인트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는 200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도 신설한다. 기금과 예산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분야에 21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포스트반도체’ 등 미래 성장엔진 확충에 62조8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청년 성장 단계별 지원에 43조3000억원, K자형 양극화 대응에 117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 한국형 전투기 KF-21 양산 등 국민 안전·평화 부문에도 38조3000억원을 편성해 중점 투자 분야로 삼았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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