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난에 매매로 돌아선 실수요…서울 중저가 아파트 샀다

입력 2026-09-02 17:16  

올해 2분기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한 차주의 가구소득과 주택가격 중윗값(중앙값)이 나란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난과 집값 상승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수요자가 대출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거래 주체의 저변이 넓어지며 시장 가격대 자체가 일부 낮아진 모습이다.

2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지역 KB아파트담보대출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10배였다. 직전 분기(10.2배)보다 소폭 낮아졌다. PIR은 주택가격을 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국민은행의 대출 거래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시장 참여자의 체감 구매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통상 PIR 하락은 소득 대비 주택 구입 부담이 완화됐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하락은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분모인 가구소득과 분자인 주택가격이 동시에 하락했기 때문이다. 즉 부담이 줄었다기보다 거래 구조가 바뀐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2분기 차주의 가구소득 중윗값은 8410만원으로 1분기(9149만원)보다 8.1% 낮아졌다. 같은 기간 주택가격 중윗값은 9억3000만원에서 8억3750만원으로 9.9% 하락했다. 소득이 더 낮은 계층까지 매수에 나서 거래 가격대도 함께 내려온 것으로 해석된다. PIR이 낮아진 것은 주택가격 하락 폭이 소득 감소 폭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김효선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난과 집값 상승 기대, 입주 물량 감소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수요자가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고가 주택 거래 감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예고로 고가 주택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며 전체 거래의 가격 중윗값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초고가 거래가 줄어든 점이 통계에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전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경기 지역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1분기 8.9배에서 2분기 8.5배로, 인천은 8.8배에서 7.8배로 하락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실수요 중심의 중저가 매수 비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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