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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명·손해보험 시장 1위 기업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첫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어서다. 내수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국내 금융산업이 한 단계 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화재, ‘ROE 20%’ 알짜 회사 인수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미국 프린시플파이낸셜그룹(PFG) 지분 투자, 영국 캐노피우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삼성생명 5조~6조원, 삼성화재 2조~3조원이다. 국내 금융권 역사상 1·2위에 해당하는 ‘메가딜’이다. 두 딜이 성사되면 금융권 역대 최대 글로벌 M&A인 2조3100억원 규모의 DB손해보험 미국 보험사 포테그라 인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의 PFG 투자는 전 산업을 통틀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약 10조3000억원),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약 9조300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글로벌 M&A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가 지분 추가인수를 추진하는 캐노피우스는 ‘로이즈’로 불리는 특수보험 시장 5위 업체다. 로이즈는 개인보험업자와 보험사로 구성된 일종의 보험조합이다. 이 조합 가입 기업들이 80개국에서 테러, 납치, 예술품, 전쟁, 신체, 공연 관련 배상보험을 팔고 있다. 삼성화재는 캐노피우스 지분을 100% 가진 포튜나탑코의 지분 40%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이번에 최대주주인 센터브리지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잔여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게 목표다.
캐노피우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대에 달하는 알짜 보험사다. 삼성화재는 캐노피우스 지분 투자를 통해 올 상반기에만 1685억원의 지분법 이익을 거뒀다. 삼성화재 전체 순이익(1조3723억원)의 12.3%에 달하는 규모다. 지분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면 지분법 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영국, 미국,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 캐노피우스의 거점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부가 가치인 특수보험과 재보험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美 금융그룹 최대주주 되나
삼성생명은 PFG 지분 10%대 중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본사를 둔 PFG는 글로벌 보험·자산운용그룹이다. 미국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인 401k ‘톱3’ 사업자로 중소기업 대상 연금 시장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총운용자산(AUM)은 7810억달러(약 1073조원)로 한국투자금융그룹(607조원)보다 많다.삼성생명은 PFG가 보유한 퇴직연금 운용 역량과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노하우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상업용 부동산, 인프라 등 PFG가 보유한 우량 대체투자 자산을 국내에 들여오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수익 구조에도 보탬이 된다. 삼성생명이 PFG를 관계기업으로 편입해 지분법을 적용하면 삼성생명의 연결 재무제표에 PFG 실적이 지분율만큼 반영된다. 합작 법인 설립 등 다양한 전략적 협업도 추진할 수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수비형 기업’으로 분류된다. M&A보다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한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전체 경영 기조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은 최근 주요 삼성 계열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M&A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금융그룹 기업설명회(IR)에서도 이런 기조가 읽힌다.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아시아 시장은 물론 미국과 같은 선진 시장의 M&A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부사장급 임원이 이끄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PFG 외에 여러 글로벌 M&A 건을 검토하고 있다. 구영민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도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형교/안대규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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